물가 상승과 재정 압박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제주도가 추진하던 버스요금 인상 계획이 결국 미뤄졌다. 제주도가 그동안 버스요금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그제 발표한 것이다. 버스요금 조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지만 고물가와 경기침체라는 현실 앞에서 도민들의 부담을 고려한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당장은 숨통이 트였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제주지역 버스요금은 2014년 이후 11년간 동결돼 전국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준공영제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며, 교통 인프라의 질적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도는 운송 원가 반영과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그럼에도 요금 인상안을 둘러싼 여론은 엇갈리며 물가대책위원회와 제주도의회, 시민단체 등에서 신중론이 이어졌다.
이번 결정은 도민들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정책에 반영한 정치적 판단의 결과다. 다만 대중교통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요금 현실화 논의는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해결은 도민들이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상을 결정하더라도 철저한 서비스 개선과 추가수입분에 대한 투명한 사용처 제시, 도민 부담 완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 이번 결정이 단순히 시간 벌이에 그치지 않도록 남은 기간에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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