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단순한 사상과 감정 수록
김신자 「잘도 아꼽다이」
김신자 시인이 제주어 동시집 「잘도 아꼽다이」를 발간했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만든 제주어 감정 단어 찾기 동시집 「잘도 아꼽다이」는 어린이들이 쉽게 제주어를 이해할 수 있는 소박하고 단순한 사상과 감정을 담아냈다. 각 작품은 제주어와 표준어 대역이 함께 수록됐고, 저자의 아들이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곳곳을 채우고 있다. 마지막 부록에는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기, 동시 속에 담긴 제주어 감정 단어 살펴보기 등을 담았다.
특히 이 동시집은 정감 어린 제주어 중에서도 감정을 표현한 시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분이 좋아서 가볍게 어깨춤을 출 때 쓰는 '들싹들싹', 벌컥 성을 내거나 흥분하는 감정인 '울칵울칵', 마음에 들지 않아 중얼거리거나 불평하는 '붕당붕당', 깜짝 놀라 몸을 떠는 모양을 나타내는 '춤막춤막', 사람이나 물건이 졸망졸망하게 모여 있는 모습인 '오망오망' 등 표준어로 나타내면 그 말맛이 채 전해지지 않는 제주어가 다양한 동시 속에 반짝이고 있다.
'잘도 아꼽다이'는 '아주 귀엽다'라는 뜻을 지닌 제주어다. 엄마와 아들이 소멸 위기 제주어를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다양한 감정을 연구해 어린이들이 쉽게 감상하면서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게 했다.
김 시인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말의 뿌리도 들여다보고, 지금 우리가 쓰는 말의 의미와 무게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제주어는 단순한 지역 방언이 아니라, 중세국어 훈민정음 어휘를 간직한 언어의 보물창고"라며 "제주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중한 언어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해야 소멸 위기 제주어를 오고셍이 보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책을 감상하며 다양한 정서를 개념화하고 정서 개념을 확장하는 데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하다 보면 자신의 정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게 되고, 소멸 위기 제주어를 전승·보존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신자 시인은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오랫동안 제주방언을 연구하면서 제주어로 글을 쓰는 작가다. 2004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당산봉 꽃몸살」, 「난바르」,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제주어 수필집 「그릇제(契)도 매기독닥」, 「보리밥 곤밥 반지기밥」 등이 있다. 현재, 제주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다. 한그루. 1만5000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는 아주 소중해"
히가시노 게이고 「소년과 녹나무」
소년의 소원에 녹나무의 여신이 보여줄 미래
"거듭된 불행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린 소년은 자신의 미래가 불안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걱정된 여행자는 미래를 보여준다는 녹나무의 여신을 만나러 가라고 일러주었지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만나게 된 녹나무의 여신은 소년의 소원을 듣고 미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소년이 본 미래의 모습이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유명한 일본의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쓴 첫 번째 그림 동화 「소년과 녹나무」가 출간됐다. 세계적인 미스터리 거장의 섬세한 이야기와 요시다 루미 작가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만나, 깊은 울림을 주는 감성 동화가 탄생했다.
2023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은 누계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하며 작가의 명작으로 첫손에 꼽히는 작품이다.
지난해 5월 속편 「녹나무의 여신」이 출간됐고, 역시 공전의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녹나무의 여신」에서는 작품 속 고민에 빠진 소년과 소녀가 함께 그림책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소년과 녹나무」의 시작이다.
소설에서는 이야기의 일부만 쓰여 있는데, 작가는 "아이들이 독서의 기쁨과 즐거움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품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소설에서 나온 그림책이 실제 그림책으로 출간하게 됐다.
전쟁과 사고, 병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방황하던 한 소년은 어느 여행자에게서 신비한 녹나무와 미래를 보여주는 여신의 이야기를 듣고 막대기를 손에 쥔 채 황량한 사막을 건너 긴 여정을 시작한다. 소년은 10년, 20년, 50년 뒤의 미래를 마주하게 되지만, 그 안의 자신은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여신에게서 듣게 되는 한마디. "미래를 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 그것은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는 거야"라고.
이 책은 삶의 여정에서 누구나 겪는 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위로를 담아낸 이야기다. 인생의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길을 잃은 소년이 '녹나무의 여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통해, 진정한 위로와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일깨우는 철학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한 권의 철학서이자 치유서로 자리매김할 작품이다. 소미미디어. 1만8500원.
낭만 없는 시대의 낭만이 되어주는 로맨스
백은별 「윤슬의 바다」
지난해 우리에게 '청소년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던져줬던 백은별 작가가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작가의 첫 단편소설이기도 한 「윤슬의 바다」는 초능력자를 배척하는 사회 속 학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서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 윤슬과 바다. 우연히 발생한 사고로 인해 뒤흔들리는 사랑을 작가만의 시선과 감성적인 문체로 담아낸다.
이 책은 장편소설 「시한부」로 일약 청소년 작가 신드롬을 일으킨 백 작가만의 흡인력 있는 문체로 써 내려간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다. 다름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교차되는 시점은 혼란스러운 그들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며 독자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첫사랑의 정의는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이지만, 그 사랑이 뭐냐고 물으면 다들 다른 대답을 한다. 처음으로 설렘을 느낀 사랑, 첫눈에 반해 가슴이 두근거린 사랑, 내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사랑 등이 모든 사랑을 종합하면 윤슬과 바다의 사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다. 바른북스. 1만5000원.
모두의 교실 존중되고 평화로워야
고상훈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
동화작가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고상훈 작가의 신작 에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이 발간됐다. 2019년 첫 에세이 「신규 교사 생존기」를 출간한 후 6년 만에 교실 에세이로 돌아왔다.
전작이 신규 교사의 좌충우돌 경험담을 유쾌하게 담았다면, 이번 에세이는 그간의 시간만큼이나 깊어진 고민의 흔적들이 빼곡하다. 어린이들은 여전히 푸르고, 교사들은 고군분투하지만, 학교를 둘러싼 가슴 아픈 뉴스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견 교사가 된 작가는 그럼에도 교실의 희망을 보고자 애쓰며 성찰과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 반짝이는 어린이들과의 시간을 담고자 했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외에 열두 꼭지의 글로 이루어져 있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통해 생생한 교실 에피소드를 전한다. '교실 신조어' 코너도 흥미진진하다.
모두의 교실이 존중되고 평화롭길 바라며 교사의 자리와 학생의 자리, 그리고 우리의 자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한그루. 1만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