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 위치한 '제주 사람 발자국과 동물 발자국 화석산지'가 무단출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만년 전 인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국제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유산이지만, 본지 취재에 의하면 보호 울타리와 안내판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일부 관광객과 주민들이 출입금지 안내판을 무시하고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해루질을 하는 모습은 무지와 무관심이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해당 화석지의 사람 발자국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생흔 화석으로,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사례다. 당시 생태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동물 발자국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발자국이 새겨진 암석이 무른 응회암이기 때문에 밟히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원형 훼손을 입는다. 섬세한 보호가 필요한 유산임에도 현장 통제를 맡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법적 처벌조항도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라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지금이라도 유산 보존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관리를 맡은 세계유산본부의 상시 감시 체계를 확대하고 야간 무인 감시 강화, 무단출입시 처벌 등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체계가 절실하다. 관광객들의 문화재 보호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인류의 희귀한 발자취가 한 순간의 무관심으로 훼손된다면 그 피해는 후손들에게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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