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턱아카데미 <4> 아라초등학교 4학년
출국금지령·출가물질 등 해녀 역사 소개
테왁·불턱·물마중 설명 ‘해녀 문화’ 이해
해녀 정신·마음 등 가치 공유·계승 당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이사장 김택남)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 주최하고 제민일보(대표이사 오홍식)가 후원하는 ‘공동체로 배우는 제주해녀문화 - 불턱 아카데미’가 지난 3일 아라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날 강연은 오영생 해녀전문가가 맡아 해녀의 삶과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로 꾸몄다.
△고대부터 이어진 해녀의 역사
“해녀는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아주 옛날, 고구려 문자왕 시절부터 있었어요. 그땐 진주를 캐는 사람들이었죠. 조개 속에서 진주를 꺼내 임금님께 바치던 사람들. 해녀라는 말은 나중에 생긴 거예요”
오영생 강사는 해녀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며 전복과 미역을 바치던 해녀들의 모습과 출국금지령으로 섬을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을 소개했다.
오영생 강사는 “너무 힘들어서 뭍으로 도망가려 하자 임금이 출국 금지령을 내린 것”이라며 “하지만 금지령은 결국 풀렸고, 우리 제주 해녀들이 경상도, 강원도, 일본,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물질하러 가면서 출가물질이라는 말도 생겼다”고 말했다.
구좌읍 해녀들이 주도한 항일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오영생 강사는 “일본이 해산물을 헐값에 사갔다. 예를 들어 소라 1개에 100원이어야 하는데, 25원만 주겠다고 한 것”이라며 “힘들게 숨을 참고 물질을 해서 캐온 것들을 일본이 제값도 쳐주지 않으면서 억울한 마음이 쌓였고 항의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목소리를 내며 억울함을 풀고 권리를 찾으려 했던 용기가 해녀정신의 핵심”이라며 “이 정신이 오늘날 제주공동체의 밑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주해녀 항일운동 기념탑을 소개하며 해녀가 지닌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조명했다.
△해녀 장비와 공동체 공간
오영생 강사는 테왁, 망사리, 닻줄, 비창, 호멩이, 연철, 눈(물안경), 고무옷 등 실제 해녀들이 사용하는 물질도구에 대한 이름과 활용법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오영생 강사는 “여러분 책가방 메고 학교 오듯 해녀도 바다 갈 때 장비를 챙기는데, 테왁이라고 부른다”며 “망사리에 해산물을 넣고, 작은 망사리인 조락에는 전복이나 문어 같은 귀한 걸 따로 보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복을 딸 때는 전복이 상처 나지 않게 비창을 뒤집어 넣어 지렛대처럼 떼어낸다”며 “성게처럼 손으로 잡기 어려운 해산물은 호멩이로 꺼낸다”고 말했다.
또 “물안경 김 서림을 막기 위해 길가에 흔한 쑥과 침을 섞어 닦기도 한다”며 해녀들이 가진 생활 속 지혜와 경험을 나눴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 소개도 이어졌다. 오 강사는 “우뭇가사리, 성게, 미역, 소라, 전복, 문어 등 다양한 해산물을 숨을 참고 채취하는 것이 해녀의 핵심 활동”이라며 “이런 활동들로 가정을 책임져왔다”고 강조했다.
해녀 문화의 핵심 공간인 ‘불턱’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오 강사는 “불턱은 과거 해녀들이 물질 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돌담 쉼터를 말한다”며 “바닷가 돌담 안에 모여 불을 쬐며 몸을 녹였고, 옷도 갈아입고, 상군해녀가 어디에 전복이 많은지, 어디를 조심해야 하는지 바닷속 지도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서로 밥을 나눠 먹고 집안일을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라며 “오늘날에는 ‘해녀 탈의장’에서 그 기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영생 강사는 “해녀들의 물질이 끝나면 무거운 해산물을 들어올리기 위해 가족들이 바닷가로 나와 도와주는 ‘물마중’이란 전통도 있다”며 “아버지들이 해녀 어머니를 도우면서 가족이 함께 해녀문화를 지켜온 셈”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체 중심 삶 실천
오영생 강사는 “해녀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중 하나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이라며 “해녀들은 자신의 능력보다 욕심내지 않고, 자연을 해치지 않으며 생계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주도의 경제활동과 공동체 중심의 문화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공동체 중심의 삶을 실천해온 제주 해녀의 철학을 학생들에게 공유했다.
오 강사는 “해녀는 단순히 해산물을 채취하는 직업인이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고 전통을 계승하며,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사람들”이라며 “해녀 삼춘들을 보면 꼭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어요!’라고 인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해녀 삼춘들처럼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당부를 덧붙였다. 김수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