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온실가스로 뜨거워지는 기후변화로 올여름 폭염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장마는 언제 비가 내렸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26일까지 최단기간에 끝나면서 가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상고온이 기승을 부리면서 농가들은 지난해처럼 감귤·메밀·월동채소 등 농작물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어민들 역시 바다가 펄펄 끓는 고수온으로 작년과 같은 양식넙치 폐사는 물론 갈치·옥돔·조기 등 주요 어족자원의 씨가 마르지 않을지 근심이 가득하다.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가 초래한 농어업 피해 주의보는 이미 발령됐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노지감귤과 시설 만감류에서 어린 열매가 떨어지는 ‘생리 낙과’로 생산량 감소를 전망했다. 시설만감류 레드향(감평)은 폭우까지 겹칠 경우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 피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 바다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는 계속되는 폭염으로 수온이 28도까지 오르자 지난 3일 발령한 고수온 위기 경보 ‘주의’를 어제 한 단계 더 높은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제주바다의 기후 재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상 고온에 의한 기후 재해가 목전임에도 정치권의 대응은 느긋해 실망스럽다. ‘이상고온’ 현상을 재해로 명시해 피해 농가의 생산비를 최대한 보전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 개정안을 문대림 국회의원(제주시갑)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중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7월 법안 처리를 다짐하지만 국민의힘이 반발해 농어민들만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주장에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지금은 농어민만 바라보면서 기후재해 보상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성숙한 정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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