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식의 다양한 레시피 다루다
진여원 「제주 섬·집·밥」

제주 해녀음식 명인 1호 진여원씨가 「제주 섬·집·밥」을 펴냈다.

이 책은 제주 한식의 레시피를 다룬 책이다. 더불어 제주의 역사와 문화, 제주 여성의 삶과 지혜가 제주 한식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요리 에세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바다밭과 땅밭에서 비롯된 제주 고유의 맛을 음미할 수 있고, 동화처럼 맛있는 음식 에세이에 공감하게 된다.

거창하지만, 제주 요리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 환경, 더 나아가 여성들의 삶을 밀쳐두고선 시작하기 어렵다. 다행히 해녀 요리 명인이 차려낸 음식 하나하나를 따라 읽다 보면 그의 구수한 입담에서 풀어낸 '인문학 밥상' 이야기에 제주 섬 해안가나 오름, 곶자왈을 걷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동안 제주도에 헛왔다. 토속음식을 대접받았는데, 여태껏 먹은 것과는 판이하다"는 낭만식객 허영만 선생의 한 줄 평이 인상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유명해서 북적이는 제주 섬의 관광지가 아닌 또 하나의 제주를 만날 수 있어 설레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하기 전, 다루는 「제주 한식의 뿌리」는 제주 가정식만의 특징과 양념, 젓갈과 장아찌 등에 관한 내용으로, 이어질 제주 요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제주 토속 음식은 제주에서 시기마다 성행하는 요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전통 구전 음식」을 눈여겨 보면 제주에 와 무엇을 찾아 먹어야 할 지 알 수 있다. 

또한 하도리 해녀 집안 출신인 저자가 엄선한 「비밀 가득한 해녀음식」은 제주 바다의 정체성을 담은 귀하디 귀한 맛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역사를 거쳐 고립됐던 섬의 특징상, 자연이 허락한 재료에 의지했던 제주 한식은 「사계절 치유 한식」에서 빛을 발한다. 

양념에 기대는 것이 아닌, 사철 재료 고유의 맛이 깃든 계절 밥상은 제주의 네가지 얼굴을 대표하고 있다. 책 말미에 싣은 「책 속 책」 '맛의 방주'는 제주의 귀한 식재료와 음식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주는 자료로, 사라져가는 제주의 식재료를 보존하고 이어가려는 저자의 의지를 담은 부분이기도 하다. 포북. 2만5000원. 


벗어날 수 없는 나의 몸, 나의 고통, 나의 과거
강화길 「치유의 빛」
동경과 질투, 애증으로 점철된 서늘한 서스펜스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의 정점에 오른 소설가 강화길의 신작 장편소설 「치유의 빛」이 출간됐다. 

이 책은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긴밀하고 폐쇄적인 공동체-가족과 학교, 지방 소도시, 종교 단체-와 여성과 여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밀도 높은 감정-동경과 애증, 질투와 소유욕-을 다시 '안진'이란 장소에 펼쳐놓으며 끝장을 향해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지수는 작고 마른 몸으로 존재감 없이 지내던 자신이 갑자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순간을 회상한다. 열다섯 살 가을. 감당할 수 없는 식욕과 함께 급속도로 거대해진 체구를, 지수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적나라하게 직면한다. 어린아이에게 쏟아지는 타인의 시선은 곧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된다. 지수는 점점 더 움츠러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대해진 몸 덕분에 오래 동경해오던 '해리아'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불리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한 수영장 사고로 인해 지수는 고향 안진뿐 아니라 자신의 몸-끔찍한 통증을 떠안고 있는 덩어리들-을 벗어던지려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품고 있는 물리적 공간은 여성의 '몸' 그 자체로 재조립된다.

이 책에서 공간은 인물을 가두고 옭아매는 장치로 작동한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소설 속 공간은 현재를 살고자 하는 인물들의 발목을 붙들어 단단히 동여맨다. 

앞서 작가가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의 정점에 올랐다고 언급한 이유는, 그의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이 일종의 사회적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 감옥은 천륜으로 얽힌 가족이 되기도, 태어난 고향이 되기도, 모태신앙으로 떠안게 된 종교가 되기도 한다. 나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 세상에 나와 보니 이미 내 것이 되어 있는 것들. 이런 의미에서 이 책 속 인물들의 기억이 십대에 묶여 있는 이유 또한 의미심장해진다. 

작가는 부모와 사회의 보호 아래에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 그 보호가 사랑인지 구속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일단 그 안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 그래서 서로의 여린 부분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가장 먼저 탐하고, 가장 먼저 동경하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깊숙이 파고들며 묘파한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벗어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가장 비극적인 감옥에 갇혀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 또한 그 감옥을 내내 짊어져 왔으므로. 내내 짊어져야만 할 것이므로. 은행나무. 1만8000원. 


살아간다는 건 결국 어디서든 익숙해지는 일
김민수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

서울을 떠나 제주에 정착한 김민수 여행작가의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는 제주의 바람과 돌담길, 사람, 고양이, 시장, 음식, 계절이 엮인 하루하루를 따라가는 '제주 생활' 에세이다. 작가는 제주에서 중고 물건을 사러 애월에 가고, 자동차 수리를 맡기고는 함덕해변에서 커피를 마시며, '살아가는 일'과 '여행하는 마음'을 동시에 품는다.

표선목욕탕 아주머니들과 나누는 식사, 오일장에서 흥정하는 갈치, 고사리 따러 나서는 중산간의 봄, 해질녘 금능해변의 아름다움에 멈춰 선 발걸음 등의 모든 순간이 여행이 되고, 일상이 될 때, 제주는 더 이상 낯선 섬이 아닌 삶으로 다가온다.

제주의 느긋한 시간 속에서 '삶은 결국 익숙해지는 일'임을 배워가며 쓰게 된 이 기록은 제주에서의 한 철, 한 끼, 한 순간을 통해 '살아간다는 건 결국 어디서든 익숙해지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얼론북. 1만8000원. 


서울 청년 시선으로 담은 제주 돌문화 이야기
홍준서 「제주 돌담을 다우다」

서울에서 제주로 유학온 홍준서 작가가 우연히 돌챙이와 돌담을 만나면서 제주 돌문화를 기록하는 여정 「제주 돌담을 다우다」를 발간했다. 

제주의 돌담은 단순한 담장이 아니라, 제주인의 삶과 역사가 켜켜이 쌓인 소중한 유산이다. 하지만 개발과 환경 변화 속에서 그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으며, 이제는 보전과 계승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지난 2년 동안 제주 돌문화를 마주하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돌담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현장의 기록을 통해 제주 돌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고, 그 보전과 계승을 위한 관심과 움직임이 더욱 널리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넷북스. 1만8000원. 


각종 오름 정보부터 근처 맛집까지
문신기·문신희 「제주 오름 여행」

제주 오름을 가장 특별하게 여행하는 방법,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제주 오름 여행 이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증면과 전면 리뉴얼을 통해 풍성한 정보는 물론, 화산이 빚어낸 절경을 경험하는 설렘과 감동까지 더 생생하게 담았다.

이 책은 환상적인 자연 미학을 보여주는 64개 오름 정보를 담고 있다. 탐방 지도부터 오름 높이, 난이도, 매력 포인트, 트레킹 코스, 트레킹 시간, 편의 시설, 각 오름이 품고 있는 재밌는 이야기가 수록됐다.

아울러 꼭 가야 할 오름 근처 핫플과 맛집, 카페 정보까지 함께 담고 있다. 제주 오름 여행은 오름 트레킹뿐만 아니라 주변 명소와 맛집, 카페까지 안내하는 오름 가이드북이다. 디스커버리미디어.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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