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턱아카데미 <8> 영주고등학교 1학년
상군·중군·하군 등 해녀 등급부터 물질 지혜까지
도구·규칙·전승 제주 해녀문화 명맥 잇는 특징들
인류무형문화유산·세계중요농업유산 세계적 가치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이사장 김택남)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 주최하고 제민일보(대표이사 오홍식)가 후원하는 ‘공동체로 배우는 제주해녀문화 - 불턱 아카데미’가 지난 17일 영주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은 오영생 해녀전문가가 진행했으며 자신의 해녀 가족 이야기로 시작해 생생한 해녀의 삶과 문화를 들려줬다.
△해녀를 설명하는 특징들
“해녀는요, 해녀학교를 나온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에요. 어촌계에서 받아줘야 진짜 해녀가 되는 겁니다”
오영생 강사는 몸에 장애가 있어 해녀가 되지 못한 자신의 사연을 덧붙이면서 해녀 공동체의 엄격한 기준을 강조했다.
이어 오 강사는 “처음 물질을 시작하면 하군, 예전에는 똥군이라고 했다. 1분도 숨 못 참지 못한다”며 “그 다음 중군이 되면 숨도 늘고 기술도 늘어난다. 상군이 되면 10m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오영생 강사는 “제주 해녀는 별다른 장치가 없다. 맨몸으로 들어가서 두 손으로 건질 수 있는 것만 건져오는 것, 그게 해녀의 첫 번째 조건이다”라며 “소라는 빗창, 호멩이 같은 도구를 써서 잡는다. 모두 경험에서 나온 지혜”라고 소개했다.
또 “숨을 참고 들어가야 하니까 1분도 못 참으면 물질은 못 한다”며 “숨을 참고 10m까지는 내려가야 물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속 담긴 해녀 이야기
오영생 강사는 삼국사기 속 진주 캐는 사람 이야기와 조선시대 잠녀 이야기 등 과거 해녀들의 역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 강사는 “제주도에는 관리들도 있었고, 해산물은 임금님께 진상해야 했다. 해녀들이 공무원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라며 “또 먹고살 게 없으니까 해녀들이 육지로 나가 물질을 했다. 출가물질이라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영생 강사는 “일제강점기에는 제주 해산물이 고갈되자 해녀들이 부산 옥도, 한산도, 일본, 중국까지 나가 물질했다”며 “일본 해녀들이 물질을 못 하니까 우리 해녀들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당시 출가한 제주 해녀만 16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해녀 문화를 상징하는 장비들
오영생 강사는 테왁, 망사리, 조락, 빗창, 호멩이, 수경, 연철, 질구덕 등 해녀 장비를 하나하나 들어 설명하면서 “여러분이 책가방을 메는 것처럼 해녀도 테왁에 장비를 담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테왁은 물에 띄워놓고, 닻줄을 내려서 자리를 잡는다. 망사리는 잡은 해산물을 넣고, 조락에는 귀한 전복이나 문어를 따로 담는다”며 “특히 전복은 그냥 잡으면 상처 나서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빗창을 지렛대처럼 사용해 떼어낸다”고 설명했다.
오 강사는 연철을 설명하며 “고무옷 때문에 몸이 뜨니까 연철로 무게를 더해줘야 하는 것”이라며 “보통 체중의 10% 정도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물안경에 대해 “지금처럼 성에 방지제가 흔하지 않았던 옛날엔 쑥으로 닦았다. 그러면 성에가 끼지 않는데, 해녀들이 떠올린 삶의 지혜중 하나”라고 말했다.
△물때·금채기…해녀들의 약속
오영생 강사는 “물때라는 게 있다. 보름에 한 번, 썰물일 때 들어가는데, 계산하면 30일 중에 15일만 물질을 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게는 6월 보름까지가 철이다. 장마가 지나면 물 온도가 올라가서 알을 뿌리는데 그럼 잡을 게 없기 때문에 그 전까지만 작업을 한다”며 성게, 전복, 소라 등 어종별 물질 시기를 소개했다.
오 강사는 “성게가 없는 곳엔 이식을 하는데, 1년 후면 이식 장소에서 성게가 자란다. 공동 작업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라 입구가 7㎝가 되지 않는 건 잡지 않는 게 해녀들의 약속”이라며 “이런 약속들을 지키지 않으면 바다도 죽고 우리도 살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금채기(채취 금지 규칙)를 강조했다.
△해녀문화가 갖는 세계적 가치
오영생 강사는 강의 말미 해녀들의 공동체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 강사는 “해녀들은 혼자 물질을 하지 않는다. 공동 작업도 많고, 늘 함께한다”며 “옛날엔 바닷가에 불턱이 있어 거기서 몸 녹이고, 정보를 나눴다. 지금은 탈의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녀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라며 “특정 장비 없이 맨 손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한다는 점, 공동체 생활, 안녕과 풍어를 비는 문화, 전승의 문화 등이 모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 강사는 제주 해녀문화가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사실도 전했다.
오 강사는 “제주 해녀는 그냥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라며 “제주를 지키는 문화의 상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길을 가다 해녀 삼춘을 보면 ‘수고하셨어요’라고 인사 한마디 해 달라”며 “여러분도 해녀처럼 끈기 있게, 욕심 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수환 기자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