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 「알작지 풍경」
옛 거주민들의 생활관과 민속문화 투영
김창식 제주국제대학교 명예교수가 최근 고향인 제주시 내도동을 소재로 「알작지 풍경」을 펴냈다.
알작지는 작가의 고향인 제주시 내도동 해안가 마을이다. 해변에는 모남이 없이 서로 부딪혀도 아프지 않은 동글 납작한 돌멩이들이 소담스레 군집을 이루고 그 돌밭 위로 고운 음색을 내며 파도가 쉼없이 들락거린다. 갯가의 염생식물은 갖가지 색깔로 화향을 풍긴다.
파도는 간들바람을 타고 슬그머니 해변으로 다가와서 몽돌과 속삭이고 석양이 질 때면 바다에서 포구로 돛단배가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모습이 정감을 불러온다. 이따금 격랑이 일고 너울이 높아지면 성난 파도가 밀려와 갯마을을 사정없이 위협한다.
삭풍이 거세게 불어댈 때면 풍파 소리 또한 요란스럽다.
해안가에 쌓인 돌멩이들은 하염없이 나고 드는 파랑에너지에 의해 모질게 깎이고 갈리어 몽그라지고 그게 도리어 윤말이 돼 반짝거린다.
김 교수는 어느날 산책하다가 문득 고향 마을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추억을 되살려 마침내 알작지를 품고 있는 자연경관과 그 자연환경에서 살았던 옛 거주민들의 생활관과 민속문화를 한 권의 책 속에 투영하게 됐다.
오늘날 관광은 예전과 전혀 다른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의 이동환경은 전방위 광역화로 확대되고 있다. 작가의 경험으로 얻어진 관광 활동이 사회관계망을 타고 세계인에게 쉽게 알려지고 시골 마을에서도 그전보다 다양한 광대역 홍보 매체 이용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관광객은 복고풍에 관심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알작지의 자연 특성과 민속문화는 관광객 발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그와 관련된 내용을 담아냈다.
이 책에서는 알작지의 지형 지세와 관련해 경관 지리를 개설했고 황무지 알작지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후의 공동체 생활과 무속 신앙에 관한 내용을 비교론적으로 서술했다.
마을안의 지명과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수록했고 김 교수가 알작지 마을에서 경험한 일들을 산문 형식으로 정리했으며 향토 요리의 건강 밥상에 관심이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해 과거 알작지에서 손수 만들어 먹었던 생활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 교수는 "마을 가꾸기에 매진하는 주민들이나 마을 관광을 연구하는 젊은이들이 한번 읽어볼 것을 권장한다"며 "소소하게나마 고향 발전에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김창식 교수는 1982년 일본 근기대학 대학원을 졸업해 제주국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제10대 제주관광학회 회장, 제주도 관광축제자문위원장, 공무원 인사위원, 도시계획심의위원을 지냈다. 반석. 비매품.
제주 문화유산 가치와 품격 격상
제주학연구센터 「제주바투리」 11호
제주학 기행·제주 문화 산책 등 수록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김완병)가 최근 기관지 「제주바투리」 11호를 발간했다.
이 책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제작·발간하고 있다. 이번 호는 제주학연구센터 누리집 '제주학 아카이브'(http://jst.re.kr/main.do)에서 볼 수 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생태사진가인 김기삼 작가의 '매의 비행' 사진이 담겼다. 이를 시작으로 김완병 센터장의 '발행인의 글'을 비롯해 △센터에 바란다 △바투리 인터뷰 △지역학 동향 △제주학 연구 기관 탐방 △제주학 기행 △제주 문화 산책 △제주학연구센터소식·제주학동향 등이 수록됐다.
'센터에 바란다'와 '바투리 인터뷰'는 고태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과 유영봉 제주연구원장의 인터뷰로 채워졌다. '지역학 동향'과 '제주학 기관 탐방'에서는 제23차 한국지역학포럼 참가 후기 및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제주학 기행은 '제주학 인물사', '제주 마을 기행', '제주 건축 탐방', '제주, 기억과 기록'으로 구성됐다.
이번 호에서는 △심재 김석익 선생과 '탐라기년' △유수암 을 탐하다 △한짓골 박판사댁 이야기 △애월읍 수산리 이야기이 수록됐다.
제주 문화 산책에서는 '한라산자락 생태 문화사', '제주어 이야기', '제주 문화사 한 꼭지', '제주 민속 이야기', 'Film in Jeju'를 만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기억의 산나물, 고사리 △'제주어 참견 시점'으로 읽는 '폭싹 속았수다' △우리들 사랑의 방식_보롬코지, 수눌음 이야기 △제주도의 장마와 마불림제, 그리고 자청비 신화 △영화 '목소리들' 리뷰가 담겼다.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 센터장은 '발행인의 글'에서 "제주학 연구 성과물은 제주 문화유산의 가치와 품격을 격상시키고, 제주와 제주 사람들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도민사회와 함께 연대하고 공유하면서 인문·사회·자연 등 다학제간 통섭적 접근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학연구센터. 비매품.
삶의 이정표 따라 자기 삶 완성
안수진 「마흔, 제주 올레를 만날 시간」
언어프로듀서로 활동중인 안수진 작가가 「마흔, 제주 올레를 만날 시간」를 펴냈다.
작가는 마흔의 어느 날, 삶의 중심을 되찾기 위해 제주 올레 걷기 시작했다.
단지 걷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을 회복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과정을 담은 여정이다.
이 책은 혼자 걷는 길에서 주체성을 회복하고, 친구와 함께 걷는 길에서 관계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며, 가족과 나란히 걷는 길에서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끝까지 걷는 것. 그렇게 마흔의 저자는 삶의 이정표를 따라 조금씩 자기 삶을 완성해 간다.
누군가의 시선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자연의 품에서 스스로를 회복해가는 이 따뜻한 동행의 기록은, 지금 이 순간 자신만의 길 위에 서 있는 당신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건넬 것이다. 부크크. 1만2400원.
주인공 고다이가 시작하는 새로운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가공범」이 출간됐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김선영 역자는 옮긴이의 말에서 "한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읽다 보면 지금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작품"이라고 말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때론 일상의 고단함에 지치기도 하지만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고다이는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하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이 책은 자신을 잘 노출하지 않는 수수께끼에 싸인 작가지만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주변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 내는 인간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이 소설가로서의 완숙함과 함께 빛나는 그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작품임에 틀림없다. 북다. 2만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