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밭작물) 재해보험은 정부가 2019년부터 NH농협손해보험에 위탁 운영하는 정책보험이다. 재배 과정에서 자연재해 피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이지만 이달 말부터 구좌읍을 중심으로 파종에 들어간 당근 재배 농가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당근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이어지는 극한 폭염 등 이상 기후로 파종 후 싹이 나오는 출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함에도 정부가 보험 가입 조건을 출현율 80%로 강화해 보상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농가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지난해만 해도 적지 않은 당근 재배 농가가 폭염이 초래한 장기 가뭄으로 출현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면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보상받지 못했고, 그 결과 종자·비룟대 등 손해를 입은 사례도 수두룩하다. 매년 7월 하순부터 9월 초순까지 파종하는 특성상 이상 기후로 가뭄이 심화되면 출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가입 조건을 출현율 80%로 상향한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마늘·감자·단호박·월동무 등 다른 밭작물 가입 기준 출현율 80%와 형평성을 맞췄다는 정부의 해명도 궁색하다. 가뭄에 취약한 당근의 파종 시기를 고려치 않은 채 단순한 균형 논리만 적용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지자체가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면서 자연재해 피해를 보장하라고 만든 정책보험이 피해 농민을 두 번 울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책보험에 맞게 출현율을 낮춰 피해 농업인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 할 것이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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