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 3일 밤 제주시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번화가 한복판에서 불이 꺼지고 교통신호체계가 마비됐으며, 제때 도착하지 않은 재난문자는 도민과 관광객 모두를 불안에 떨게 했다. 8분 남짓한 정전이라 할지라도 현장 체감은 달랐다. 승강기 멈춤과 단수 등 가정과 상가에서 위급 상황에 준하는 혼란이 벌어졌음에도 재난대응체계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재난안전 문자 발송 기준과 행정의 안일한 태도다. 전력 공급 차질이 일도2동, 이도2동, 아라동, 건입동, 도련동 등 3만여가구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120㎿ 이상'이라는 기계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은 것이다. 기관간 정보 공유도 미흡해 원인조차 제각각 전해졌다. 도민이 체감하는 위기 수준과 행정이 판단하는 기준 사이의 괴리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정전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짧은 시간에도 시민 안전과 도시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대응의 핵심은 피해 규모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전 대응 매뉴얼의 기준을 재검토하고, 재난문자 발송 체계를 보완하며, 행정과 한전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정전은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안일한 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언제든 더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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