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제주시 행정구역을 동-서 2개로 나누는 기초자치단체 도입 행정구역 개편안의 찬·반 여론조사를 강행키로 했다. 이미 제주도가 막대한 행·재정력을 투입해 1년 이상의 공론화를 거쳐 '제주시' '동제주시' '서귀포시' 3개 행정구역을 결정하고, 정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한 도민 합의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또 갈등 악화 등 여론조사 후유증까지 우려한 도의원들의 의견도 무시해 '독단' '불통' 비판론에 휘말리고 있다.
이 의장의 결정은 도민 공론화 후 뒤늦게 '제주시 동-서 분할 반대'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의 '독불장군'식 입법 행보 때문이다. 주민투표 권한을 쥔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견 일치'를 요구해 대의기관으로서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앞서 행정구역 개편의 도민 의견을 존중한 제주도와 같은 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의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3개 법안과도 배치돼 자중지란을 초래했다.
이 의장의 여론조사가 참고용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도민 합의 무력화 등 갈등을 되레 악화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1년 넘는 제주도 공론화 과정에서 확인한 것처럼 행정구역 개편안은 선호 모형이 저마다 다른 '뜨거운 감자'다. 그만큼 도민 합의가 쉽지 않다. 특히 제주도가 이미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정부·국회의 수용 여부도 불확실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 행·재정 낭비와 도민사회 분열만 초래할 여론조사는 하지 않는 게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