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안 갈등 증폭

이상봉 의장 '조사 강행'
도민운동본부 중단 촉구
공론화 결과는 3개 강조
정치권 '졸속 추진' 지적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여론조사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어 도민사회 반발이 거세다. 이 의장이 동료 의원들의 만류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인데, 행정구역안을 둘러싼 도민들의 분열과 갈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상봉 의장은 지난 14일 제441회 도의회 임시회 폐회사를 통해 "지난 개회사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행정구역과 관련한 의회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이후 도민 사회에서 높은 관심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이러한 의견들을 하나로 모아 도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론을 내릴 때"라며 여론조사 강행의 뜻을 밝혔다.

앞서 이상봉 의장은 지난 5일 제441회 도의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도의회가 주최가 돼 '3개 행정구역안(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과 '2개 행정구역안(제주시·서귀포시)'에 대한 도민들의 뜻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3개 행정구역안이 도민 숙의 공론화 결과를 통해 결정됐지만,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이 뒤늦게 독단적으로 제주시 동-서 분할 반대 법안을 국회에 발의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회사 이후 도의회 의원들이 추경안 보다 기초단체를 우선 다루는 등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고, 상당수 동료 의원들이 의장을 만류하기에 이르렀다. 제주도 역시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하지만 이 의장이 18일 토론회에 이어 여론조사를 강행키로 하자 기초자치단체 추진과 관련 단체와 지방 정당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도내 36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도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도민운동본부는 14일 성명을 내고 "제주형 기초단체 행정구역은 이미 숙의형 공론화를 거쳐 '3개'로 결론이 났다"며 "뒤늦게 행정구역 설정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민운동본부는 "도민의 뜻이 모인 공론화 결과를 뒤집는다면 정책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고 도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민운동본부는 그러면서 논란의 중심이 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대화와 합의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의장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김한규 의원이 2개시 법안을 발의해 혼란이 커진 상황에서 이상봉 의장이 여론조사 폭탄발언까지 하며 그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와 여론조사는 또다른 주민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그러면서 토론회를 비롯해 여론조사 절차의 즉각 중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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