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아닌 분열·갈등 조장
18일 토론회 후 조사 돌입
행정구역 두고 강대강 대치
결과 나와도 상대 설득 요원
정부 협상 과정서 악재 작용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주도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행정구역안 설정을 위한 도민 여론조사가 강행되며 역풍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가 반대하고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이 자신의 법안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이 의장의 독단이 도민과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로 기초자치단체 추진에 활로는커녕 도민사회 분열과 갈등만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토론회·여론조사 강행
제주도의회는 오늘(18일) 오후 2시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형 행정구역 개편안 도민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여론조사에 앞서 제주형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정보 제공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여론조사는 도민 공론화를 통해 마련된 '3개 행정구역안'과 김한규 의원이 제시한 '2개 행정구역안'을 놓고 진행될 계획이다.
토론회는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을 좌장으로 김종현 사회적기업 섬이다 대표, 신효은 JIBS 제주방송 보도취재국 부장, 이남근 도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좌광일 기초자치단체 도입 도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선다.
도의회는 이날 토론회 이후 행정구역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도민 여론조사를 추진한다. 도의회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사방법은 유선전화 RDD 20%, 모바일 웹조사 80%다.
다만 그동안 행정구역에 대해서 설문항에 대한 논란이 잇따랐던 만큼 여론조사에 앞서 설문항 확정을 위한 전문가 회의를 진행한다.
여론조사는 오는 20일부터 추진되지만 정확한 조사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갈등 해결 미지수
여론조사가 완료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난제를 풀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2개 기초시'가 우세하다면 제주도가 반발할 것이고, '3개 기초시'가 우세하다면 김한규 의원의 반발이 예상된다.
의회 전체 의견이 모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로 양측 모두 설득하기 요원한 실정이다.
특히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를 설득하는데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제주도민들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어렵사리 도출한 '3개 행정구역안'을 놓고 제주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있는 도중 '행정구역안을 다시 검토한다'는 도민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것 자체가 기초자치단체 설치 과정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민들은 되레 여론조사를 강행할 경우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토론자에도 포함된 기초자치단체 도입 도민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뒤늦게 행정구역 설정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은 더 큰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도민의 뜻이 모인 공론화 결과를 뒤집는다면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도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경우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친 우리의 정책(3개 행정구역안)이 현 정부 최상위 국가적 의제로 채택됐다"며 "앞으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가 조속히 실시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와 더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