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조리종사자들의 폐암 발병이 잇따라 산업재해로 인정되면서 조리 현장의 위험성이 명확히 드러났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유해가스인 '조리흄'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A군 발암물질이다. 2023년 이후 3명의 조리종사자가 폐암 진단 후 산재로 인정된 만큼 제주도교육청의 환경개선 사업은 절박한 과제가 됐다. 대책이 늦어질수록 곧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제주도교육청이 환기시설 개선과 폐CT 검사비 지원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속도다. 현재 환기시설 공사가 완료된 80%를 제외한 나머지 39개 학교들에 대한 개선은 2027년 초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자가 계속 늘어날 수 있는데도 2년 뒤를 기약한다면 조리종사자들을 위험한 현장에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가용예산이 부족하더라도 긴급 재원을 우선 투입하고,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요구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급식 조리종사자의 건강권은 행정의 재정적 여건이나 절차보다 앞서 보장돼야 할 기본권이다. 하루에도 수천명의 학생 식탁을 책임지는 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육당국의 당연한 책무다. 대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 만큼은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라도 빨리 조리실 환경개선 사업을 앞당겨 조리종사자들이 마음놓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