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 모여 '가지벌초' '모둠 벌초' 등 진행
안전사고 주의...예초기·진드기 물림 사고 등

가을이 어느덧 성큼 다가오고 있다. 벌초는 제주에서 꼭 챙겨야 할 미풍양속이자 각 집안의 중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 벌초가 진행됨에 따라 안전사고 소식도 접하게 된다. 예초기와 진드기 물림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제주의 벌초 문화와 벌초 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제주의 벌초문화

제주지역에서는 벌초를 보통 소분이라고도 한다. 음력 8월이 되면 조상의 묘소를 찾아가서 벌초를 하는데 크게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된다. 

먼저 제사를 모시는 가까운 조상의 묘소에 벌초를 한다. 차례와 기제사를 함께 지내는 후손들이 그 조상에 대해 하는 벌초를 가지 벌초 또는 개인 벌초라고 한다. 이러한 가지 벌초는 보통 음력 8월 초하루 이전에 마친다. 

이와 더불어 음력 8월 초하룻날에는 묘제나 시제를 하는 윗대조의 묘소에 친족 집단이 모여 공동으로 벌초를 하는데, 이를 모둠 벌초라고 한다. 기제사를 지내지 않는 윗대 조상에 대한 벌초로서, 가지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한데 모여서 한다는 의미에서 모둠 벌초라고 부른다. 

본래 벌초는 '무덤의 잡풀을 베어서 깨끗이 하는 일'이라는 의미로, 조상의 묘소를 단정하고 깨끗이 해 조상을 기리기 위한 후손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세시풍속 가운데 하나다. 옛 제주 속담에는 "식게(제사) 안한건 몰라도, 소분(벌초) 안한건 남이 안다"라고 표현할 만큼 제주 전역에서는 벌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로 8월이 되면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협동해 모둠 벌초를 하는 독특한 풍습이 여전히 전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워낙 벌초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굳이 모든 사람이 참석하려 애쓰는 사례가 거의 없으며, 벌초 시기의 경우도 8월 초하루를 고집하지 않고 주말로 날짜를 정해 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초기 안전하게, 세탁은 철저히

벌초를 할 때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긴 팔과 긴 바지, 목 부위를 감싸는 수건을 착용해 예초기를 돌릴 때 튀는 파편을 대비해야 한다. 또한 장갑을 착용하고 장화나 두꺼운 등산화를 신어 손과 발을 보호한다. 

검은색 계통의 복장을 착용하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벌초 도중 날아드는 말벌이 어두운 천적인 곰과 오소리 등으로 오해해 집중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밝은 색의 옷을 입는 것을 권장한다.

요즘은 편의를 위해 낫 대신 예초기를 이용하는 가정이 많다. 예초기를 사용할 때는 칼날이 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하고, 목이 긴 장화나 장갑, 보호안경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도록 한다.

각 부분의 볼트와 너트, 칼날의 조임 등을 확인하고 보호덮개를 씌우는 것은 필수다. 부득이하게 날을 건드려야 할 때는 예초기의 시동을 반드시 끈 후에 만져야 하며 무성한 풀숲에서 작업할 때는 지면에 돌이나 위험요소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 후에 작업해야 안전하게 벌초작업을 마칠 수 있다.

벌초작업 중 벌집을 건드리거나 뱀에 물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향기가 강한 화장품이나 향수 등의 사용은 꿀벌이 꽃으로 착각해 공격할 수 있으므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벌에 쏘였을 때는 벌의 침을 제거한 후 얼음찜질을 하고 암모니아수를 발라준다.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해독제를 미리 지참하는 것이 좋다.

뱀에 물렸을 때는 물린 부위의 윗부분을 끈으로 묶고 냉찜질을 하면서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벌초 작업 중 잠시 휴식을 취할 때는 풀밭 위에 눕지 않도록 한다. 풀밭에 있는 진드기가 피부에 붙어 쯔쯔가무시병을 앓게 될 우려가 있다. 작업을 마친 후에는 반드시 옷과 돗자리를 털고 세탁해야 하며 몸을 깨끗이 씻고 진드기를 제거하도록 하자. 귀찮다는 핑계로 부주의하면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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