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롯데시네마제주연동 문숙희 감독·문희경·김유석 배우 인터뷰

'제주 섬'에서 펼치는 영화의 향연, 20회 제주영화제가 24일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점에서 막을 올렸다.

개막작은 문숙희 감독의 '인생세탁소'. 1988년 제주 탑동 매립과 해녀들의 투쟁을 배경으로, 개발 압력 속에서 균열나는 한 가족의 하루를 통해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묻는다.

개막식에 앞서 본지는 문숙희 감독, 그리고 출연 배우 문희경·김유석을 만나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짚어봤다.

제20회 제주영화제 개막식에 앞서 영화 '인생세탁소' 감독 및 출연진들의 인터뷰가 롯데시네마 연동 1층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명로진 배우, 문숙희 감독, 문희경 배우, 김유석 배우

문숙희 감독 "사라져버린 것, 지키고 싶은 것들"

문숙희 감독은 "영화는 제 목소리고 글은 제 숨이다. 제가 자란 제주 이야기를 제 목소리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들의 정신을 따라가고 싶었다. 무근성과 탑동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부모님이 우리에게 남기고 싶어 했던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이 소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편리만 좇는 이기심 속에 너무 많은 것이 사라졌다""사라지는 것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배우 문희경 "세탁소는 옥희의 사랑방이자 쉼터이자 안식처"

이번 영화의 주인공 '옥희' 역은 제주 출신 배우 문희경이 맡았다.

그는 고향 제주, 그리고 그곳의 어머니·할머니·동네 어머니들을 떠올리며 인물을 구축했다.


그는 극 중 옥희가 세탁소를 통해 지키고자 했던 가치에 대해 "세탁소는 동네의 사랑방이자 주민들의 쉼터, 곧 안식처"라며 "탑동 매립 과정을 지켜보며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옥희는, 가족과 함께 지켜온 그 안식처만큼은 빼앗기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문 배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해녀가 되고 싶지 않았던 옥희가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내던져지는 순간"을 꼽았다.

"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들의 마음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김유석 "이 영화는 콘크리트에 묻힌 한 가정의 삶이다"

작품에서 탑동 매립 당시 개발업자 '성일'을 맡은 김유석은 작품 선택의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
서울 강북 수유리에서 자랐는데, 재개발로 살던 곳을 한순간에 잃었다. 삶이자 추억, 놀이터였던 공간과 친구를 잃은 상실감이 컸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그 기억이 되살아나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이 영화는 콘크리트 아래 깔린 한 가정의 삶"이라며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녹아들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제주영화제는 다음달 21일까지 롯데시네마연동점을 비롯해 제주 일원에서 진행된다.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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