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에 착수하면서 자치단체별 국비 경쟁도 시작됐다.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문대림(제주시갑)·김한규(제주시을)·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 3명은 그제 당정협의회를 열고 내년 국비 사업 및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에 반영된 제주 현안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오 지사는 도지사 혼자로는 주민들의 행정서비스 욕구를 해결할 사업비 확보가 어렵기에 지역 국회의원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내년 사업비 확보와 관련해 공동 전선을 구축했지만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김 의원의 반대로 소득 없이 끝나 아쉽다. 김 의원이 제주도가 1년 넘게 도민 공론화를 거쳐 인구·세수 등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한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설치에 계속 어깃장을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의 '마이동풍'식 입법 행보는 전임 정부에서 홀대를 당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기사회생한 도민사회의 '기초자치단체 설치' 합의까지 뒤집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
김 의원이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반대 이유로 주민 불편에 이어 그제는 재정·세입 정보 도민 전달 미흡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재정·세입 정보는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공개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어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김 의원의 반대는 다음 총선에서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동제주시장의 출현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라는 지방정치권의 해석에 더 신뢰가 간다. 재차 강조하지만 국회의원은 도민이 위임한 정치 권한을 4년간 행사하는 대리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민 합의를 무시하면 정치꾼에 불과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