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제주도의 국비 확보 실적이 양호하다. 정부발 세수 감소에도 2조3010억원을 확보해 올해 대비 3296억원(16.7%) 늘었다. 정부 예산 증가율 8.1%를 2배 웃돈 수치로서 제주도 공직자들의 중앙절충 능력이 돋보였다. 특히 특별자치도 출범 후 18년간 정부 7개 특별행정기관의 예산 감소로 지방재정 악화를 초래한 '제주계정'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문제는 작년 7월 출범한 국립 제주트라우마센터의 운영비다. 4·3 유족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내년 '찾아가는 치유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려 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찾아가는 치유 서비스 확대를 위해선 인력 7명 증원 운영비 등 28억8000만원이 필요하지만 기재부는 절반인 14억5000만원만 반영해 차질이 우려된다. 관련법상 제주트라우마센터 운영비 전액을 국비로 부담하기에 기재부의 후원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물론 정부 재정 형편상 인력 증원에 따른 제주 국립트라우마센터 운영비를 한꺼번에 늘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77년 전 국가 폭력에 의해 신체·정신적 고통 치유가 필요한 4·3 유족 상당수가 거동이 불편한 80·90대 고령이고, 농어촌 거주지에서 제주시내 센터까지 찾아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잘못된 공권력 행사의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고령 유족들이 생전에 신체·정신적 고통을 치유할 수 있도록 기재부의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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