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차없는 거리' 걷기 행사는 많은 도민과 관광객의 참여로 친환경 교통문화와 걷기 문화를 확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80%를 넘어 앞으로 이 행사를 정례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제주의 탄소중립 실천 의지를 대표하는 참여형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문제는 적절치 못한 행사 장소 선정으로 인한 도민들의 불편이다. 지난해 연북로에서 행사를 개최했을 때 쏟아져나온 불편사항을 벌써 잊어버린 것인지, 제주도가 올해 행사 장소로 연삼로를 선정했다. 심각한 교통난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하필이면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주요 도로를 전면 통제하면서 교통 체증, 주차난, 상가 이용 불편 등 부작용이 이번에도 반복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도 없다. 특히 공항과 연결되는 도로라는 점에서 관광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오일시장과 일정이 겹쳐 도민 불편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차없는 거리 걷기가 일상적 행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편과 불만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도심 한복판의 주요 도로보다 대중교통 접근성과 상권활성화 효과가 양호한 원도심 등으로 장소를 옮겨야 한다. 지역상권과 문화행사, 교통체계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행사라도 도민 지지를 얻기 어렵다. '차 없는 거리'의 가치를 살리면서도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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