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전형 「나 다시 필 거야」
양전형 시인이 7년만에 12번째 시집 「나 다시 필 거야」를 발표했다.
양 시인은 온갖 사물에 자아를 투영해 인간의 존재론적 위상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동원되는 모든 사물의 섭리와 자신의 서정성을 합일시킨 이미지들을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일관되게 시를 써왔다.
양 시인의 시는 의인과 의물을 유연하게 넘나들면서도 관조적 감정의 중심을 놓치지 않고 경계를 허무는 힘이 있다. 현실과 상상, 자아와 타자, 이성과 감정 사이를 매끄럽게 넘나들며 독자를 시 속의 세계로 은근히 끌어당긴다.
이번 시집은 총 5부에 걸쳐 72편의 시를 묶었다. 시집에서는 나이가 듦에 따른 의식이 뚜렷하게 보이면서도 공포와 허무주의로 빠지지 않고 차분한 삶의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죽음은 쓸쓸한 가을처럼 온다. 손으로 감촉할 수 없는 무색, 무형의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다가온다. 그 죽음의 세계는 기쁨도 슬픔도 없는 무정, 무감의 영역이다. 무색, 무욕, 무정, 무감의 세계를 저 앞에 두고 회색으로 바래져 가는 한 시대를 살고 있는 양 시인은 고개를 돌려 젊음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순수와 영원에 대한 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
노년의 문턱에 들어서서 젊음의 지나감을 아쉬워하고 죽음의 기미를 저 너머로 엿보면서 영원을 꿈꾸는 것이 모순 같지만, "울지 마 나 다시 필 거야"라는 구절에서 오히려 자신의 진정한 길을 찾겠다는 의지 또한 만만치 않은 질량으로 솟아오른다. 양 시인의 고고한 품성을 발견할 수 있고, 남은 자들에게 깊은 위안을 주는 인간적인 모습으로도 다가온다.
김신자 시인은 해설에서 "그동안 지향해온 내면 구조의 특징들을 잘 간직하는 동시에, 존재의 시공간이 확장된 사물과 자연에 대한 더욱 세련된 인식과 그 인식을 통한 자아 성찰의 심상을 실감나게 형상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중진으로 자리매김한 양전형 시인의 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내재해 있다"며 "그의 시편들은 수공예적 기교와 기발한 착상이 재치 있고 유연한 언어 구사가 빛을 발한다"고 평했다. 한그루. 1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