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설치를 추진하던 제주도의 계획이  2027년이나 2028년으로 연기됐다. 도민사회가 1년 넘는 공론화를 통해 3개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세수 등 지역간 균형발전을 고려해 합의한 3개 모형을 김한규 의원이 뒤집었기 때문이다. 위성곤·문대림 의원이 도민합의를 존중해 작년 9월 3개 기초단체 설치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반면 김 의원은 공론화 없이, 그것도 뒤늦은 11월에야 '제주시 동-서 분할' 반대 법안을 발의해 기초단체 설치에 필수적인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실시 유보에 빌미를 줬다.

사실 기초단체 설치는 윤석열 전 정부의 부정적 태도로 쉽지 않았다. 도·의회가 주민투표 실시 건의 등 공동 추진에 나서도 답변을 얻지 못한 가운데 윤 전 대통령 계엄·탄핵까지 겹치면서 무산 분위기가 유력했다. 하지만 기초단체는 이재명 새 정부의 균형성장 국정과제에 반영되면서 기사회생했다. 반면 행안부가 김 의원의 반대입장을 이유로 도내 통일 의견 및 충분한 준비를 요구해 기초단체 설치계획이 1~2년 연기된 것이다.

오영훈 지사가 도민에 사과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2027년 또는 2028년 기초단체 출범에 필요한 주민투표 계획을 밝혔지만 법률 제정권을 쥔 3명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이 필수다. 이번처럼 위·문 의원이 도민합의 법률안을 추진해도 김 의원이 반대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힘을 모아도 기초단체 설치가 쉽지 않은 현실을 국회의원들이 깨달아야 한다. 특히 김 의원처럼 공론화 없이 도민 합의 법률안을 무시하면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한 '입법 독재'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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