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읍면동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예산이 관리자의 탐욕과 행정의 무관심 속에 사적으로 유용된 사실이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드러났다. 치매 노인과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복지 수급자들의 급여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고, 수급자의 생계급여가 급여관리자의 예·적금으로 둔갑하는 등 상식밖의 행위가 버젓이 이뤄진 것이다. 더욱이 장례 지원금조차 안내하지 않아 수급자 유족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는 충격적이다.
사회적 약자의 생계비와 의료비를 빼앗는 것은 그야말로 벼룩의 간을 빼먹는 행위다.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예산은 단 한 푼도 절실하고, 그만큼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 그런데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현금 인출과 허위 증빙이 반복되는 동안 행정기관은 이를 방치했고, 결과적으로 수급자들은 최소한의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행정의 관리 부실과 부패가 얼마나 큰 폐해로 이어지는지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는 것은 물론, 수사당국이 직접 나서 범죄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제식구 감싸기로 사건을 덮어서는 절대 안된다.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해 급여관리자의 지정과 감독 절차를 강화하고, 수급자 사망 시 장제급여 안내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이 관리자의 탐욕에 사라지지 않도록 행정기관의 철저한 각성과 반성이 절실하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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