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공동체가 화합을 도모해야 할 시기에 또다시 제주4·3 왜곡 논란으로 지역사회가 몸살을 앓았다. 내일로미래당이 "4·3은 공산 폭동"이라 주장하는 현수막을 도내 곳곳에 내걸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왜곡 논란이 제기된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하며 논쟁의 불씨를 키웠다. 4·3은 이미 정부 차원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규명된 역사적 사실이고 국가적 사과와 보상까지 이뤄졌다. 그럼에도 이를 뒤집으려는 시도는 희생자와 유족의 상처를 다시 헤집는 행위이며,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퇴행적 언행이다.

물론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가능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나 다양성을 명분 삼아 검증된 사실을 왜곡하거나, 국가 폭력을 미화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특히 공적 위치에 있는 정치 지도자가 검증되지 않은 해석의 결과를 '존중받아야 할 관점'으로 포장하는 것은 개인적 견해를 떠나 역사 인식의 후퇴로 비칠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자세라 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반복되는 역사 왜곡에 대한 제도적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 4·3특별법에 역사왜곡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제주4·3은 국가 폭력의 비극이자 이념을 떠나 인권과 평화의 가치로 승화되어야 할 공동의 역사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규명된 진실이 흔들리는 일이 절대 반복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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