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제주특별자치도 공동기획축산악취 갈등 넘어 ‘상생의 길’을 찾다 9. 지역주민 상생협력
갈등 해소 위한 소통의 장 마련
우수사례 발굴해 긍정 여론 조성
농가 자발적인 참여 이끄는 계기
기술 뛰어 넘어 사회적 해법 모색
축산악취 문제 해결을 위한 여정의 마지막 열쇠는 ‘신뢰’다. 제주도는 최신 기술 도입과 시설 개선을 넘어, 농가와 주민 사이의 깊어진 불신의 골을 메우기 위한 사회적 해법에 직접 나선다. ‘양돈산업 지역주민 상생협력’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토론회, 기획기사 연재, 포럼 개최 등 소통과 이해를 증진하는 활동에 직접 예산을 투입하는 이 사업은, 기술적 해법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제주 양돈산업이 단순한 냄새 저감을 넘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겠다는 의지다.
△‘상생’에 직접 예산 투입
지금까지의 정책이 악취의 물리적 원인을 제거하는 ‘하드웨어’ 구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주민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소프트웨어’ 강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제주도는 ‘양돈산업 지역주민 상생협력’ 사업을 통해 양돈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도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 사업을 위해 올해 총 187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대한한돈협회 제주특별자치도협의회가 사업을 주관해 추진한다.
지난해 2300만원을 지원했던 이 사업을 올해도 이어간다는 것은, 행정이 악취 문제를 단순히 기술적 과제로만 보지 않고, 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또한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농가들 스스로가 속한 생산자단체가 사업의 주체가 된다는 점은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닌 산업 내부의 자발적인 변화와 소통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 소통의 장을 열다…토론회와 포럼
사업의 핵심은 ‘소통의 장’을 공식적으로 마련하는 데 있다. 사업 내용에는 ‘지역주민과 상생방안 모색 토론회’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양돈산업 발전 양돈포럼’ 개최가 포함돼 있다.
토론회는 주민과 농가, 행정,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협력 방안을 찾는 자리가 되고 있다.
이는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갈등이 반복되던 기존의 방식이 아닌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고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민들은 막연한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 정확한 정보를 얻고, 농가들은 방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고충을 직접 들으며 해결책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
양돈포럼은 산업 내부의 자성을 촉구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친환경 기술, 지속가능한 경영 모델 등을 논의하며 산업 전체의 체질 개선과 농가들의 자구 노력을 유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는 단순히 외부의 비판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산업 스스로가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좋은 사례 알리고, 부정적 이미지 개선
이번 사업에는 ‘악취 우수관리 등 기획기사 연재’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일부 문제 농가로 인해 양돈산업 전체가 혐오산업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다.
악취 저감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모범 농가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모든 농가가 문제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다른 농가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하고, 주민들에게는 산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줌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합
‘양돈산업 지역주민 상생협력’ 사업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정책이 아니다. 이는 제주도가 추진하는 다각적인 악취 관리 정책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고, 실질적인 환경 개선을 위한 ‘하드웨어’ 정책들과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
제주도는 축산악취 민원이 지난해 10월 2208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현실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악취 발생시 즉각 대응하는 ‘24시 냄새민원 축산사업장 방제단’을 운영하며 주민들의 불편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농가별 악취 관리 수준을 진단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해 농장 자체의 환경 관리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이 공감하는 축산악취 관리’ 사업을 통해 농가 대상 교육을 강화하고 악취관리 매뉴얼을 제작·보급하는 등 산업 전반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노력도 병행한다.
결국 토론회나 기획기사 같은 ‘상생협력’ 사업은 이러한 실질적인 개선 노력이 있다는 전제 위에서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마지막 열쇠 역할을 한다. 현장의 악취는 줄이고, 그 노력을 투명하게 소통함으로써 기술적 해법과 사회적 해법을 동시에 완성해 나가는 것이 제주도 상생 정책의 핵심이다. 고기욱 기자
※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청 지원으로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