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자연재해로 훼손된 비양도와 법환동의 불턱 2곳을 복원한다. 2018년부터 이어온 해녀문화유산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이번이 45번째 불턱 복원이다.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 전후에 언 몸을 녹이며 정보를 나누던 공동체 공간이다. 1970년대부터 개량잠수복인 고무옷이 보급되고 현대식 탈의장도 설치돼 휴식처 기능은 잃었지만 불턱은 여전히 제주해녀문화의 정수이자 공동체 문화의 상징으로서 보존가치가 높다.
특히 제주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다만 사람들의 삶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유산 보전을 위해서는 물리적 복원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예전 원형을 살려 돌담을 새로 쌓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이 다시 살아 숨쉬는 장소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불턱 주변에서 삶이 이어지고 지역주민과 방문객이 해녀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보존·복원된 불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어촌계 관광자원에 더해 해녀들이 참여하는 해설 프로그램, 청소년 교육 연계, 마을 단위 문화체험 등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는 활용 모델로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불턱이 과거 기억을 유지하는 공간을 넘어 미래 세대가 해녀정신을 체감하는 살아있는 문화공간이 돼야 한다. 민간과 행정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협업 사례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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