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항목만 1068개… 사실상 모든 치료에 ‘비급여’ 존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77.2% 집중… 실손보험 악순환 고착
제주지역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규모가 6조9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가 사실상 필수 치료로 자리 잡으면서 환자 부담은 줄지 않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고비용 진료가 집중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9일 제주시보건소가 보견복지부에 제출한 ‘2024년 하반기 비급여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제주지역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는 5860억원(지난해 9월 기준)으로 연간 환산 시 6조9124억원 이다.
2023년 같은 조사에서 집계된 병원급 비급여 진료비는 7조1888억원으로 올해는 2764억원(3.8%)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비급여 항목이 전체 진료비의 60%를 넘는 고비용 진료 구조는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진료과별 비급여 비중을 보면 정형외과(26.6%)와 신경외과(14.2%)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내과(10.3%), 일반외과(6.7%), 산부인과(5.2%)순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고비용 항목으로는 ▲상급병실료(9.6%) ▲도수치료(8.3%) ▲치과 임플란트(Zirconia, 4.1%) ▲척추MRI(3.7%) ▲척추 유착방지제(3.4%)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5개 항목 순위가 동일하게 유지돼 고가 시술 중심의 비급여 진료가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상급병실료, 도수치료, MRI 등은 의료 필요성이 높아 환자 대부분이 이용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필수 비급여’로 불린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청구가 늘면서 환자 간 의료비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기관 유형별 비급여 비중을 보면 병원급 의료기관이 전체 비급여의 44.4%, 종합병원이 20.9%, 상급종합병원이 11.9%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전체의 77.2%를 차지했다.
의원급 보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비급여 진료가 쏠리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가의 장비와 시술 중심의 수익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기관이 보고한 비급여 항목은 모두 1068개(의과 995개, 치과 54개, 한의과 19개)로, 2023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사실상 거의 모든 치료 분야에 비급여 항목이 존재하는 셈이다.
비급여 항목이 세분화·확대되고 규모가 여전히 7조원에 육박하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더라도 본인부담률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실손보험에 의존하는 비율도 높아졌고 그로 인해 비급여 청구액과 의료비 총액이 동시에 늘어나는 이른바 ‘악순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