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필립 메스트레 지휘자

'나비부인' 제주공연 지휘 소감
"성악가·오케스트라 수준 높아"
"강혜명 등 한국 오페라 급성장"
오페라 '순이삼촌' 현지 호평도

지난 2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과 필립 메스트레 지휘자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지난 2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과 필립 메스트레 지휘자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지난 2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이 객석을 가득채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에서 프랑스 출신 지휘자 필립 메스트레(Pilippe Mestres)가 제주프라임필오케스트라와 함께 푸치니 오페라의 정수를 선보였다. 작품 연출 및 주인공 나비부인(초초상) 역을 맡아 열연한 강혜명 소프라노와 함께 필립 메스트레 지휘자를 공연 후 만나 소감을 들었다.

오페라 '나비부인' 제주 공연의 지휘를 맡은 필립 메스트레(Pilippe Mestres)와 연출 및 주연을 맡은 강혜명 소프라노. 김봉철 기자
오페라 '나비부인' 제주 공연의 지휘를 맡은 필립 메스트레(Pilippe Mestres)와 연출 및 주연을 맡은 강혜명 소프라노. 김봉철 기자

이번 공연의 지휘자 필립 메스트레와 연출·주연을 맡은 강혜명 소프라노는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음악적 동료다. 강혜명은 필립 메스트레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프랑스 마르몽드 국제 성악콩쿨에서 대상(그랑프리)을 차지했고, 이후 국내·외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200여회 이상 주역으로 출연하는 세계적 성악가로 성장했다.

필립 메스트레는 강혜명 소프라노에 대해 "젊은 시절부터 아티스트로서의 자질은 물론 강한 의지와 뚜렷한 목표를 가진 사람이었다"며 "지금은 성악가로서뿐 아니라 연출가로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며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을 함께한 제주프라임필오케스트라에 대해서도 "자주 연주하는 레퍼토리가 아니었음에도 놀라운 수준의 연주를 보여줬다"며 "특히 오케스트라가 반주 역할을 넘어 주요 테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푸치니 오페라의 섬세한 감정선을 훌륭히 표현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조란 토도로비치(Zoran Todorovich, 핑커톤 역), 박경준(샤플레스 역) 등 출연 성악가들과 합창단에 대해서는 "모두가 배역에 어울리는 목소리와 음악성을 지녔고 어느 한 사람도 부족하지 않았다"며 "나비부인은 합창이 많지 않은데, 그 짧은 부분에서 합창단이 순간순간 바뀌는 감정들을 훌륭히 전달했다"고 호평했다.

지난 4월 프랑스 마르몽드 플라자극장에서 4.3 오페라 '순이 삼촌' 영상 상영회가 열리고 있다.

지휘자는 제주4·3을 다룬 오페라 '순이 삼촌'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4월 마르몽드 플라자극장에서 '순이 삼촌' 영상 상영회가 열렸는데, 프랑스 관객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며 "비극적인 역사를 예술로 승화한 용기와 오페라가 가진 힘이 감동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세기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에 등장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란 곡이 이탈리아 민족의 독립정신을 일깨운 것처럼 제주의 오페라도 인간 보편의 아픔과 연대를 일깨우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유럽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스토리를 다룬 오페라가 없지만, 한국은 현대사의 아픔을 오페라로 풀어내는 수준까지 올라가 대단하다"며 "한국과 아시아의 성악가들이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머지않아 오페라의 중심이 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앞으로 제주를 찾을 의향에 대해 "관객의 집중도와 따뜻한 반응에 감동했다. 언어가 다르지만 마음이 통했다"며 "보여주고 싶은 작품들이 많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돌아오겠다"고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페라는 음악의 힘으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예술"이라며 "앞으로도 제주에서 오페라 공연이 활성화되고 세계와 소통하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필립 메스트레는 프랑스 마르망드 아장시립음악원 학장, 보르도국립음악원 연구지도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프랑스 아키텐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마르몽드 국제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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