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제주도 61. 쿠로시오의 시원 3. 루손섬 해역
이슬람교를 믿는 말레이족
침략자들 목적 기독교 전파
문순득 생존 필리핀인 통역
△루손섬의 마닐라
북적도(北赤道) 루손(Ruzon)섬 해역은 쿠로시오 해류가 출발하는 지점이다. 루손섬의 면적은 한국과 비슷하다. 루손섬은 필리핀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으로 그곳에 수도 마닐라가 있다. 필리핀은 말레이제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다. 15세기 민다나오의 큰 섬에 이슬람이 출현했다. 말레이족은 모두 이슬람을 믿는다. 이슬람교는 아라비아에서 시작돼 남양으로 전파됐다. 마젤란이 오고 나서 4년 후 1565년 스페인 침략자들은 북쪽 큰 섬 루손에 정착했다. 마닐라는 만리라(蠻哩喇), 만리랄(蠻里剌), 마니랍(馬尼拉)이라고도 하며, 사람들은 이곳을 소여송(小呂宋)이라 부른다. 본래 스페인이 여송국(呂宋國)이었기 때문에 스페인을 대여송(大呂宋)이라고 한다. 대여송을 한역으로 이서파니아(以西把尼亞), 시반아(是班牙), 사편아(斯扁亞)라고도 한다.
필리핀의 정확한 위치는 동경 116° 40′~126° 34′, 북위 4° 40′~21° 10′사이에 있다. 동쪽으로는 태평양상의 필리핀해, 서쪽으로는 서필리핀해(남중국해)에 있고, 남쪽으로는 셀레베스해(술라웨시해), 북쪽으로는 바시 해협(Bashi Channel)이 있으며, 주변 국가의 큰 섬으로는 남서쪽의 보르네오, 북동쪽으로 타이완이 있다. 「사민필지」에 "남북은 2000리고, 동서가 1500리고 에스파냐의 속방이다"라고 했고, 「영환지략」에서 루손섬의 위치를 말하길 "대만 봉산현(鳳山縣) 사마기(沙馬崎)의 동남쪽에 위치하며 '지형은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것처럼 생겼고' '화산이 있어 때때로 지진이 일어난다. 산속에 사는 원주민은 검은 얼굴에 곱슬머리를 하고 있고, 띠풀로 엮은 집에 나무껍질로 만든 옷을 입고 있다. 루손은 본래 말레이족이 세운 나라인데 명나라 융경(隆慶, 12대 황제 목종 주재후의 연호, 1567~1572) 연간에 유럽의 스페인이 신하 미구엘(필리핀 초대 총독 미구엘 로페스 데 레가스피로 추정)을 보내 함선을 타고 동쪽에 와서 루손섬의 땅이 넓고 비옥한 것을 보고는 암암리에 그곳을 습격하여 빼앗을 계획을 세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페인이 군사를 실은 함선 몇 척을 화물선으로 가장시켜 루손 왕에게 황금을 주면서 화물을 놓아둘 작은 땅을 원하자 왕은 흔쾌히 이를 허락했다. 마침내 스페인 침략자들은 도시를 건설하고 진영을 구축하고는 얼마 뒤에 돌연 화포로 루손을 공격하여 왕을 죽이고 나라를 빼앗았다. 스페인 침략자들은 마닐라에 카비테성을 세우고 포대를 만들어 그곳을 지배했다. 마닐라에는 배가 많이 모여들어 온갖 물건이 유통되고 있어서 항구가 여러 해양 가운데 최고로 흥성하였다. 쌀이 가장 많이 나며, 백설탕, 면화, 마, 담배, 커피. 카카오 등이 난다.
△필리핀 제도
필리핀은 원래 아시아 대륙의 일부였으나 화산이 폭발하면서 대륙으로부터 떨어져나와 현재 태평양 서부의 해양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정학적으로 동남아시아의 관문이자 중요한 전략적 위치에 있으며 그 지역의 무역과 문화교류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은 한국의 3배 크기의 면적이며, 인구는 1억 명이 넘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필리핀은 가혹한 독재 정부, 끊임없는 외세침략이 어떻게 국민들을 힘들게 했는지 기억나게 한다. 필리핀은 7641개라는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국가로 섬이 많아 필리핀 제도라고 한다. 이 필리핀은 크게 북부·중부·남부 세 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북부는 루손, 중부는 비사야 군도, 남부 지역은 민다나오 등이다. 필리핀 국기에 그려진 세 개의 노란 별은 이 세 지역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7000여개의 섬들 중에 약 3000여개 섬만이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1000개도 안 된다. 필리핀 제도의 가장 큰 섬은 북부의 루손섬이고, 그 다음 남부의 민다나오(Mindanao)섬, 비사야 군도가 뒤를 잇고 있다. 필리핀의 영토는 루손 섬과 민다나오 섬, 두 섬이 전체 국토의 65%나 되며, 이들 다음으로 큰 섬 11개가 전체 면적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필리핀의 국가 명칭은 서양 세력의 비극을 머금고 있다. 원래 포르투갈 출신이었던 스페인의 페르난도 마젤란(F.Magellan)은 1521년 자신의 함대를 이끌고 아시아 필리핀제도에 도착해, 그 땅이 스페인 국왕의 땅임을 선포했지만, 정작 자신은 원주민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 이 제도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필립 2세)를 기념하여 필리핀(Philippines)이라고 이름했으며 1560년대에 본격적인 스페인 식민지가 됐다.
스페인식민지 정부의 주요 목표는 원주민에 대한 기독교 개종이었다. 당시 마닐라는 스페인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는 무슬림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남부의 큰 섬 민다나오의 해안과 술루(Sulu) 다도해상의 섬들을 제외하면 이슬람교는 필리핀 다른 지역으로 그다지 확산되지 않은 상태였고, 원주민 공동체의 정치, 경제적 영향이 지방통치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매리 하이듀즈, 2012).
필리핀은 환태평양 화산지대의 일부분이며, 현재 이곳의 지질은 화산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역으로 대표적인 화산은 레가스피시의 마욘산, 마닐라 남부의 타알 화산, 그리고 민다나오의 아포산이 있다. 1990년에는 진도 7.7이라는 대형지진이 루손섬에서 일어났으며, 1991년에는 마닐라 북쪽에 있는 피나투보 화산이 분출할 때 지진이 일어나 세계에서 두 번째 큰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되었다.
필리핀은 아열대 해양성 우림지역으로 기온과 습도가 높으며, 연평균 기온은 27도로, 대체로 편차는 1월이 21도로 가장 낮고, 5월이 32도로 가장 높아 연중 기온은 그사이를 오가고 있다.
△필리핀에 처음 표류한 문순득
전에 필자가 쓴 「제주 해양 문화 읽기」에 필리핀 흑인 5명이 당포(唐浦)에 유기된 일을 거론한 적이 있다. 지나가는 이양선이 갑자기 대정현 당포에 이들을 내려놓고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버리자 머리가 곱슬하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외모에 놀란 제주의 관리들은 급히 조정에 보고해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고했다. 문제는 이들이 어디서 왔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것이다. 들리는 말은 "막가외"라고 외치며 서쪽을 가르키면서 눈물만 흘릴 뿐 말과 글도 통하지 않았다. 한편 당시 제주에 표류했던 류큐 사람들은 이들이 꼭 여송국(呂宋國, 필리핀) 사람 같다는 말만 남기고 떠나간 뒤, 3명만 남겨진 그들이 누구인지 1809년까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였다. 한양에서는 이들을 제주에 거주시키고는 조선에서는 처음으로 여송국에 표류했다가 돌아온 나주목 흑산도 사람 문순득(文順得)을 불러 통역하게 했다. 실제로 문순득은 소흑산도 우이도에서 홍어를 장사하는 사람으로, 1801년 겨울 장사를 위해서 나주에서 배를 타고 대흑산도 쪽으로 가던 중 얼마 없어 태풍이 불어 7일이 뒤 제주도 서쪽까지 표류하다가 다시 대양으로 떠내려가 5일이 지나서 류큐 열도에 표착을 했다. 그곳에서 8개월을 지내고 간신히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지만 가는 도중에 다시 표류해 1802년 11월 초 여송(呂宋)에 좋았다. 아마도 지금의 루손섬 북서부 일로코스 수르(Iilocos Sur) 카부가오(Cabugao) 지방으로 비정되는 곳이었다(권오신외, 2023). 제주에 온 문순득은 필리핀 말로 그들과 문답을 해보니 말이 꼭 들어맞아서 그들이 울고불고 난리였다. 9년 만에 자기들 말을 처음 들어봤던 것이다. 당포에 버려진 5명은 노예로 팔려가던 필리핀 사람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