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5·16도로' 명칭 문제 제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십년간 관행처럼 사용돼 온 이름이지만 군사정권의 상징성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꾸준히 이어졌다. 최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제기된 지적은 오래 사용됐다는 이유로 현행을 유지하는 태도가 시대적 변화와 도민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김대진 의원이 제기한 개명 요청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물론 명칭 변경 절차는 간단하지 않다. 도민의견을 수렴하고 주소체계 조정, 법적 절차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여의도의 '5·16 광장'이 '여의도공원'으로 바뀐 것처럼 행정의 의지가 더해지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스페인의 경우 2007년 '역사기억법'을 제정해 2015년 프랑코 독재정권 관련 거리명을 모두 바꾸고 2021년 마지막 동상을 철거하는 등 과거청산이 최근까지 지속됐다. 도내에서 논란이 있었음에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은 행정의 주저가 한몫했다.
오영훈 지사가 명칭 변경에 공감과 새로운 접근을 밝힌만큼 이번에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이번 논의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와 조화를 이루는 민주주의 가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도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서 절차의 복잡함을 이유로 미루지 않는 적극적 접근이 요구된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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