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 해발 600m 이상에 위치한 제주 산지의 가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11월 산지에 비가 내린 강우 일수와 강수량이 감소하면서 가뭄이 현실화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 분석 결과 두 달간의 강우 일수는 18일로 작년 23일 대비 65% 감소했다. 태풍도 산지를 비껴가면서 강우량도 작년 대비 각각 34.3%, 83.6% 감소했다. 시간당 강수량 50㎜ 이상의 극한 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해안변과 달리 산지는 가뭄에 시달린 것이다.

제주 산지의 가뭄은 눈으로도 확인된다. 지난 15일 도민·관광객이 해발 1338m의 사라오름을 찾은 결과 수심 1.5m의 산정호수가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또 중산간 지역 주민의 젖줄인 제1·2 어승생 저수지도 'Y계곡' 수원을 통해 유입되는 취수량이 전년 대비 40%(4600여t) 감소하면서 수위가 하강했다. 당장의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지만 작년 이맘때 두 곳을 합쳐 60만t으로 만수를 나타냈던 어승생 저수지의 저수량은 현재 37만t에 불과해 가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 산지의 가뭄 현상이 겨울까지 이어지면 내년 봄 중산간지역의 가뭄도 현실화되기에 대응책이 시급하다. 지난 2017년에도 여름철 장맛비가 적게 내리고, 태풍도 비껴가면서 제주시 애월·한림읍 중산간지역 20개 마을에선 한 달 이상의 격일제 급수가 단행됐다. 내년 봄 예상되는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충분한 예비수원 및 배수지 확보, 물 수요 관리 등의 선제적 대응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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