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취사·불사용 모두 금지인데 고시 미완성…과태료도 못 물린다
화장실·CCTV·관리 인력 ‘0’…행정 “검토 중”만 반복, 현장 피해 누적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큰노꼬메 오름 캠핑·취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큰노꼬메 오름 캠핑·취사 사진

애월읍 노꼬메오름 일대에서 불법 캠핑과 취사, 숲길 훼손이 반복되고 있지만 행정은 책임 주체조차 정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단속 근거와 시설 관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등산객과 자연환경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큰노꼬메는 해발 약 800m 고지대 오름으로, 오름 자체 높이만 234m에 달한다. 정상은 두 개의 봉우리가 이어진 전망대 형식으로 등산객 이용이 많은 구간이다.

주변에는 작은노꼬메와 궷물오름이 인접해 있고 이 가운데 궷물오름에만 산불감시초소가 설치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큰노꼬메 오름 캠핑·취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큰노꼬메 오름 캠핑·취사 사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재된 민원에 따르면 정상 전망대에서 밤샘 캠핑과 고기 굽기, 불 사용, 음주, 쓰레기 투기, 배변 오염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원인 A씨는 “전망대 전체를 텐트와 장비로 점령해 일반 등산객이 쉴 곳도 없다”며 “화장실도 없어 변을 보고 그대로 두고 가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명백히 불법임에도 단속 근거가 사실상 비어 있다는 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은 큰노꼬메에서의 야영·취사·불 사용이 자연환경보존법상 금지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속 주체와 과태료 부과는 산림청 국유림, 도 산림녹지과, 오름 관리 부서가 얽혀 있어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도 관계자는 “관련 부서가 복잡해 제한 구역 고시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큰노꼬메 오름 캠핑·취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큰노꼬메 오름 캠핑·취사 사진

이는 불법 캠핑에 대한 과태료 규정(최대 100만원)조차 ‘고시가 안 됐다’는 이유로 적용할 수 없는 상태다.

법은 있는데, 행정 절차가 미완이라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캠핑, 취사, 불 사용이 사실상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산불 위험은 더 큰 문제지만, 대응은 계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 관계자는 “현수막 설치 등 예방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만 밝히고 현장 관리 인력 배치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불법 행위 단속을 위해 제기된 주차장 CCTV 설치 요구도 검토 단계에만 머물고 있다. 도는 “통신선·전력선 설치 비용과 서버 관리 문제 등을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큰노꼬메 오름 캠핑·취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큰노꼬메 오름 캠핑·취사 사진

작은노꼬메 주변 편백숲과 상자길에서는 자전거·오토바이·승마 이용으로 인한 훼손도 심각해지고 있다.

나무 뿌리 손상과 말 배설물에 의한 풀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사람 외 이용 제한 표지판 개선조차 계획이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표지판만 제대로 설치해도 절반은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큰노꼬메·작은노꼬메·궷물오름 일대는 제주시에서 이용객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자연휴식지 중 하나이지만, 취사 금지 고시, 단속 체계, CCTV, 현장 관리 인력 등 필수 관리 시스템은 어느 하나 갖춰져 있지 않다.

도 관계자는 “행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언제 어떻게 개선할지 시점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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