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중.고교 교정은 학생회가 주관이 되어 폭력, 금품 갈취, 집단 따돌림 근절 등 학교내 비행을 추방하자는 자정 캠페인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돼 왔지만 '신명나는 학교' 만들기를 위한 학생스스로의 목소리란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제발 그래줬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그 캠페인에 갈채를 보낸다.

이러한 순수함을 질시라도 하듯 교내 폭력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최근 보도를 접하고 나면 실로 낙담되기도 한다. 물론 그런 현실 때문에 자정결의 대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같은 시기의 또 다른 보도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샤론 비어박사가 미의학협회지의 자매지인 '소아 및 청년 의학 아카이브'최근호에서 자신보다 손위의 조언자나 교사와 아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청소년의 경우 비행에 개입할 가능성이 훨씬 적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의지할 수 있는 지도자나 교사를 갖고 있는 청소년은 비행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새삼 새로울 게 없는 내용쯤으로 치부하고 싶지만 흡연과 음주, 무기소지, 마약, 성 문제 등 청소년의 비행행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의 현실 속에서 나온 연구결과임을 감안할 때 우리의 교육현장을 재점검해 보는 계기로 볼일이다.

교실붕괴. 수업분위기가 망쳐져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오늘의 우리나라 학교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한동안 명퇴바람으로 줄어든 교사 정원, 그 바람에 늘어난 개별수업 시간. 수행평가다, 열린교육이다 하면서 자꾸만 주문되어지는 고된 업무들. 체벌교사라 고발하려 들며, 선생님과 부모 말보다 가수나 탤런트. 스포츠 프로선수의 말을 더 잘 듣는 학생들. 학생들의 입맛을 앞세우며 수요자 원칙을 내세우는 학부모들, 이쯤돼면 교실은 우위를 선점할려는 학생과 교사와의 전쟁터가 아닌가 미루어 짐작케 한다.

'학생 앞에서 서면 작아지는 선생님'들의 권위와 자존심을 더 이상 살려놓지 않는다면 교실붕괴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학교파괴로 치달을지 모를 일이다. 샤론 비어박사의 충고를 재음미해야 할 일이다. 교사의 넉넉한 마음이 학생들에게 흘러넘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학부모는 또 하나의 교육의 주체로써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5월 스승의 날을 앞둔 단상이다.<장제근·교육체육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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