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수중리포트] 15.에필로그-자원의 보고, 제주바다(하)

4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 제주에서 수산업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제주바다를 통해 제2·3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1차 산업에만 치중, ‘보호와 활용’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는데 소홀해왔기 때문이다.


   
 
   
 
# 해양관광 활성화 “아직은 요원”

서귀포시 A다이버 샵 회원인 박모씨(대전)는 매년 2∼3차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가량 일정을 잡고 제주를 찾는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다. 대전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서는 강원도까지 가야한다.

박씨는 1박2일의 강원도 일정보다는 일주일간 서귀포시에서 체류하며 스쿠버 다이빙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제주를 택했다. 강원도까지 가는 시간적·경제적 비용과 번거로움이면 오히려 훨씬 다이빙 조건이 좋은 제주를 찾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는 스쿠버 다이빙의 최적 장소라는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 타 지역에서 제주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쿠버 마니아들은 제주 바다가 필리핀 등 외국 바다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세계 10대 다이빙 포인트로 꼽는 것을 서슴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다이버들의 입 소문에 의한 것일뿐 아직 해양관광을 위해 제주를 찾는 방문객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제주는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불구, 해양관광 분야만은 뚜렷한 전략적 홍보나 체계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해양관광 인구를 잡아라

해양수산부 전망에 따르면 2010년 해양관광 참여인구는 1997년 4599만명보다 10% 이상 증가한 5062만명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주5일 근무제의 정착, 해양레저스포츠 보급, 해양레저스포츠 축제 등으로 해양관광 인구 증가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해양관광을 현대 관광에서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는 분야로 간주, 해양관광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그러나 제주를 찾는 관광객 중 레저스포츠 목적의 관광객은 4∼5%에 지나지 않고 있다. 그나마도 골프·등산 등에 치중하면서 해양관광의 활성화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유람형 해양관광에 그치는 것도 제주해양관광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스쿠버 다이빙을 10여년째 즐기고 있는 김모씨(35·애월읍)는  “필리핀은 해양관광 메카로 소문나 전세계 다이빙 마니아들이 찾는다. 그러나 실제 필리핀을 다녀온 이들은 경산호 일색인 필리핀보다 연산호로 무장된 제주바다가 훨씬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며  “왜 제주가 필리핀보다 좋은 여건을 갖췄음에도 고부가가치의 전세계 해양레저스포츠 인구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면서 제주바다를 100%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체계적인 보호정책이 뒷받침된 해양관광 활성화는 오히려 어족자원 고갈로 위기를 겪는 어촌에서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 남획, 해양오염, 수온상승에 따른 생태계 변화 등이 빚은 결과다. 이처럼 나날이 줄어가는 어획 생산량, 유가상승으로 어민들은 어촌회생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원하고 있다.

이진희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가 지난해 옛 남제주군 5개 해안지역 주민 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역발전 불투명(23.9%)·낙후된 생활환경(20.9%)·낮은 소득(19.4%)을 호소했으며, 10명 가운데 8명은 개발이 필요하다(80.5%)고 주장했다. 또 마을의 발전방향으로 1차산업과 관광연계(48.0%)·관광중심(26.3%)·친환경어촌(19.7%)을 꼽는 등 1차산업과 관광의 연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마을발전의 정체와 더불어 지역을 찾는 관광객 역시 답보상태(43.0%)에 머무르고 있다며, 소득증대방안으로 체험관광시설·홍보마케팅 강화·해양스포츠시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천혜의 바다 ‘환경+관광’ 동시에

어족고갈로 인해 어촌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바다를 더 이상 어획의 장소가 아닌 생태관광자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름다운 비경 뿐 아니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 것도 생태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학계에서는 개발에 따른 체계적인 보호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언급을 잊지 않는다. 어촌소득증대·해양레저스포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운영중인 유어장이 불법어획으로 몸살을 앓아온 것은 개발에 앞서 탄탄한 관리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크다. 어민들에게만 자율적으로 관리감독을 맡기면서 어족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를 부추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 랑카위, 스페인 까딸루냐,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세토내해 해상공원, 프랑스 랑톡·루씨옹 등 해양스포츠 관광으로 성공, 수천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타 지역의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며 “특히 철저한 보호정책은 개발에 앞서 전제돼야 할 조건임에 명백하다”고 말했다.
<수중탐사팀=조성익·박미라 기자, 김진수 도민기자>

 

"해양생태계 고려한 철저한 계획이 중요"

   
 
   
 
이진희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관광산업이 어느 지역보다 발달한 제주임에도 해양관광의 비중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작다. 지역민을 위한 해양관광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진희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도내 해양관광 분야를 연구하는 몇 안되는 교수 중 하나다. 관광분야 만큼은 인적자원이 풍부하기로 소문난 제주지만 해양관광 분야는 여전히 미개척지로 평가받는 실정. 사면이 바다라는 점, 관광산업이 발달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점이 아닐 수 없다.

이 교수는 지난해 남제주군을 표본으로 해양관광발전계획을 연구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한철 장사로 일년을 살아가는 해수욕장 지역민들에게 바가지 씌우지 말라고 지적만 할 것이 아니라 한철 장사가 아닌 사계절 장사가 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데 노력해야 한다”며 “어촌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어촌관광 활성화로 소득 증대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발전전략 수립 원칙으로  “무엇보다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관광시장 다변화, 단발성·무차별적 개발이 아닌 해양생태계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개발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홍콩의 해양공원,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언더워커 월드 처럼 질만 좋다면 비싸도 소비자는 구매한다”며 해양레저스포츠를 활용한 세계 최고의 해양관련 관광상품을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또 관광시설의 집약화와 이벤트 공동개최, 가격의 차별화 등도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특히 “무엇보다 바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인인 지역민들, 어촌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며 “개발의 걸림돌인 재원과 전문인력 부족은 행정이 담당하되 지역주민들이 의식을 갖고 해양보호와 관광객 유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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