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동북아 피스가든으로 만들어가겠다며 2005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선포한 세계평화의섬이 곧 2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해군·공군기지 논란으로 제주사회가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평화의섬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도민사회의 고민도 병행되고 있다. 아직은 생소하지만 제주미래의 한 축이 될 평화산업을 짚어본다.

   
 
   
 
△미군기지 떠나면 국제회의 유치

오키나와 중부지역에 위치한 기노완시는 최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후텐마미공군기지 부지 활용계획을 놓고 고심중이다. 미공군기지가 시 전체면적의 25%인 480㏊,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아 수십년간 전투기 폭음과 각종 사고로 위험에 시달려해왔지만 지난 1995년 미군의 여중생성폭행사건을 계기로 미·일정부가 오는 2014년까지 기지폐쇄를 약속했다. 이하 요이치 기노완시 시장은 미군기지의 이전이 아닌 완전폐쇄를 요구하고 있지만 낡은기지를 대체한 현대화된 기지를 원하는 미군의 입장에 따라 기지폐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기노완시는 미군기지가 들어선 도심중앙에 대형공원을 조성하고 컨벤션센터 규모를 확상시키는 조성계획을 세우고 있다. 각종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컨벤션센터를 통한 고용창출, 경제 활성화 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동북아 피스가든 만들기

동북아 평화허브를 위해 지난해 3월 문을 연 제주평화연구원은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제주의 평화산업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고 있다. 동북아 다자안보대화 정례화와 ASEAN 포럼정례화 등을 추진하며 세계적 평화연구기관인 오슬로평화연구소(PRIO), 하와이 동서문화센터(EWC) 등에 버금가도록 육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외교통상부와 공동으로 추진계획을 잡고 있는 국제기구 설립·유치 계획이나 동북아 평화협력체 창설 추진계획 등은 아직 별다른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의 취임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다.

또 국내에서 가장 보존이 잘 돼 있는 일제의 격납고 시설 등은 모슬포일대 전적지 공원조성사업의 충분한 가치를 증명한다. 물론 국방부는 제주도가 전적지공원 조성을 위해 무상사용신청을 요구한 부지면적 33만평 중 2만평만 사용동의, ‘생색내기’란 비난이 일고 있지만 제주도가 협상력을 높여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김태환 특별자치도지사가 제시한 이같은 세계평화의 섬 17대 사업만 제대로 수행된다면 평화산업을 통한 제주의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란 기대는 허황되지 않다. 특히 ‘평화사업과’를 신설해 ‘남북교류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동북아평화 허브계획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 실천력을 높일 수 있는 도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평화산업은 이제부터

지난해 7월 세계적 석학들은 제주에 모여 제6차 피스아일랜드 포럼(PIF)에서 화순 국제미항, 송악산 ‘세계평화섬환경가든’지정의 정책제안을 한 바 있다. 제주도의 국제평화기구 유치 계획 등과 함께 정부·도가 협력해야 할 부분이 하드웨어라면 다양한 평화활동을 펼쳐야 하는 소프트웨어인 민간활동 또한 병행해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위치한 국제평화가든은 순수민간활동에 의해 캐나다의 마니토바 1451.3에어커(약 587만3300㎡)와 미국의 다코타부지 888에이커(약 35만9000㎡)를 내놔 조성됐다. 이후 60년 가까이 두 나라 주민들의 자발적 모금활동과 평화탑, 평화분수대, 야생동식물을 위한 대규모 조림사업, 공연센터, 대형 꽃시계 설치 등 활발한 민간활동은 국제평화가든의 세계적 명성을 쌓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를 위해 ‘국제미항 화순’ ‘송악산 세계평화섬환경가든 송악산’ 추진 등이 필요하다. 또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인의 삶과 어우러져 평화를 기원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제주4·3평화공원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사업추진도 필요하다.

고창훈 제주대 교수는 “지역주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평화축제 등이 필요하다”며 “평화산업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독특한 고유문화를 지키고 보존을 통해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평화산업 상징된 오키나와평화공원
태평양전쟁 당시 23만여명이 숨진 잔혹한 오키나와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있는 오키나와섬 최남단에 위치한 평화공원은 전세계 평화공원의 대표적 모델이다. 50만㎡정도에 이르는 공원엔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3∼6월 미군의 본토점령의 시간을 벌기 위해 일본군과 석달간 이어진 전쟁의 참상을 사진과 영상, 증언록, 자료관, 조형물로 재현한 미군 점령 이후 생활모습 등 실감나게 전한다. 또 강제로 끌려와 인간방패로 죽어간 조선인 희생자를 비롯 중국인, 대만인 등의 희생을 추모하는 비석을 세우는데 그치지 않고 해마다 지속적인 진상규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시 봉개동에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제주4.3평화공원도 오키나와평화기원박물관을 벤치마킹했다.
청소년과 노약자,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있는 시설도 평화공원의 매력으로 올 1∼11월까지 공원관람객수만 30만7798명에 이른다. 2004년 39만4111명에서 2005년엔 41만6162명으로 해마다 늘어 관광수입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 11월까지 오키나와를 다녀간 관광객 518만1800명을 감안하면 100명중 6명 꼴이다.

평화산업은
군수물자를 생산하고 판매해 끊임없는 전쟁을 일으킨다는 군수산업에 대립해 만들어진 평화산업은 레저산업이나 관광산업, 농수산업, 식품공학, 건설업 등 전쟁과 직접적 연관없이 민간에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뜻한다. 그러나 평화산업 중 높은 기술력이나 생산력이 군수산업으로 이용될 수도 있어 정확한 경계를 긋기는 어렵다. 최근엔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갈등해결을 위한 연구활동과 이를 위한 국제기구 유치, 분쟁지역의 환경·역사·문화의 연구보존도 포함한다. 스위스 로잔지역은 연간 6000개가 넘는 국제평화회의가 경제의 기초를 이룬다.
평화운동가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기아 해결을 위한 바이오산업, 식품업 등이나 평화공원관광과 연계한 평화공원 조성은 평화산업의 좋은 사례다. 오키나와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오키나와평화공원, 1945년 8월6일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수십만명의 일본인이 죽어간 잔혹함을 간직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조성된 국제평화가든은 양국간 분쟁 해결을 위한 회담장소에서부터 청소년들의 국제음악캠프, 세계 곳곳의 종교를 망라하는 평화사원과 종탑, 대형 평화탑, 독특한 동식물들로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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