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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귀농·귀촌 '관심 급증'…귀농 교육생 도외 거주자도 많아
관련 제도 걸음마·현실성 없는 지원 등 차가운 현실에 귀농 포기도
장기적 관점 정책 추진 및 귀농자 활용 방안 검토도 필요

귀농·귀촌 바람이 불고 있다. 답답한 도시 생활을 접고 농·어촌으로 들어오려는 시도가 전국에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제주는 청정 지역이라는 이미지 등으로 최근 도외에서 제주로 정착하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귀농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대부분 '차가운 현실'에 부딪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현재 제주의 귀농 정착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제주를 귀촌·귀농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가능성을 타진해 보자.

△도내 귀촌·귀농 관심 폭발

   
 
   
 
지난 25일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귀농·귀촌 교육 현장은 열기로 후끈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귀농 초기 농촌지역 생활적응과 농업의 기본을 이해시키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제2기 귀농·귀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등록한 귀농·귀촌 교육생은 모두 142명. 지난해 수강인원이 4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100명 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이는 귀농·귀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교육이 평일인 매주 화요일에 진행됨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 거주자인 경우, 직접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내려 다시 서귀포로 이용해 교육을 받는 등 말그대로 상당한 수고를 감수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과연 어떤 나이대, 어떤 사람들이 귀농·귀촌 교육을 받고 있을까? 제주도농업기술원이 교육생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등록생 142명 중 40대가 44%, 50대 27%로 40∼50대 교육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30대도 26%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농전 거주지는 도외 거주자가 57%, 제주거주자는 43% 가량으로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귀농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고 귀농전 직업은 회사원 34%, 자영업 2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농업기술원 장길남 농업인 교육담당은 "올해 교육인원이 큰 폭으로 늘어 담당자도 깜짝 놀랐다"며 "귀농 인식, 작물 특성 등 귀농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 시스템은 '글쎄'

그러나 이같은 열기가 실제 귀농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도내 귀농인은 각각 48명이었지만 지난해 40명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따로 통계화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귀농해 포기한 경우는 더욱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미흡하고 뒤늦은 도내 귀농·귀촌 지원 시스템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제주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 귀농인 지원조례'가 마련되는 등 뒤늦게 지원 대책이 수립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귀농에 대한 체계적인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지원이 이뤄지면서 귀농·귀촌자들이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도가 지난해 5월부터 농림수산식품부 정책에 따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에게 일정 금액을 융자 지원하는 정착지원사업 역시 계획량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도는 올해 사업이 56억여원을 투입, 농촌창업지원 74호, 주택구입지원 77호, 빈집수리비 지원 58호 등 모두 219호를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 신청량은 지난달 26일 기준 겨우 36호가 지원받았으며 실제 귀농으로 연결될 수 있는 주택구입은 2건, 빈집수리비 지원 사업은 13호에 그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이는 지원 자체가 단순한 융자 수준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귀농자들 사이에서는 토지 구입 등을 위해 융자를 받으려면 대규모 담보가 필요해 사실상 돈있는 사람만 귀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도내 자체적인 귀농 지원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제도 이외에 제주의 특성을 반영한 귀농·귀촌 시스템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2007년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귀농 관련 조례를 제정한 강진군은 빈집수리비 뿐만 아니라 대학생 자녀 학자금 등을 보조해주는 등 다양한 혜택과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2007년 제주로 내려와 귀농했다는 한 귀농인은 "현재 귀농정책은 현실과 맞지 않아 많은 귀농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귀농 희망자들의 욕구와 현실 사이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기 비전 필요

귀농·귀촌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장기 비전을 갖고 관련 정책의 시각을 넓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가 귀농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상황에서 일시적 장려 정책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귀농·귀촌인들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낙오자 또는 도피자로 인식돼 귀촌 실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지역 사회 인식 전환도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귀농인 개개인에 대한 지원과 농촌 마을 등 귀농 기반에 대한 지원을 병행, 귀농·귀촌인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귀농·귀촌 1번지라 불리는 전북 진안의 경우, 지난 10년동안 '마을 만들기'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귀농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와함께 귀농·귀촌인들을 지역사회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인재에 목마른 농촌에서 전문직종에 종사하다 자신의 발로 농촌에 들어온 인재들을 활용한다면 토착민과 괴리감을 줄일 수 있고 귀농인들도 빨리 적응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귀농운동본부 박용범 사무처장은 "귀농 활성화를 위해선 단기 성과보다는 꾸준하게 귀농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귀농인들을 배척하기 보다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인터뷰) "귀농 기반 지원 우선돼야"
박용범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 박용범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귀농할 수 있는 시스템적 지원이 우선이다"

박용범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지방자치단체의 귀농정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처장은 "현재 귀농정책은 각종 지원금을 지급하는 즉, 개개인의 도시민들을 농촌에 유치시키는 목적에 머물고 있다"며 "이는 단기적으론 인구 증가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실제 귀농인들이 몰리는 지역에선 개개인에 대한 정착 지원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며 "그런데도 귀농인들이 몰리는 이유는 선배 귀농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귀농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예를들어 마을에 귀농인 게스트하우스 또는 귀농의 집을 만들어 마을과 귀농인 사이에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귀농인들과 토착민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정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귀농 지원 역시 천편일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지원을 하더라도 나이, 목적 등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박 처장은 "귀농인의 경험과 능력 등도 지역 공동체 복원 및 지역 인재 등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제주의 경우, IT기업들이 이전하는데 기업 종업원들에게 주말 등을 통해 텃밭을 구게 하고 컴퓨터 수리 등 마을일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면 지역민과의 상대적인 괴리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 귀농인들의 자세에 대해 박 처장은 "많은 귀농희망자들이 소득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러나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귀농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귀농 과정에서 돈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귀농은 삶의 패턴을 바꾸는 것인 만큼 쉽지 않다"며 "왜 귀농을 결심했는지에 대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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