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 중 여섯번째 동물…서양과 동양 뱀에 대한 시선 달라
제주, 뱀 관련 민간 신앙 발달…척박한 환경 기대고픈 대상

 

▲ 해상명부도 속의 뱀.
뱀띠 이야기
 
올해는 계사년이다. 계사년은 '검은 뱀의 해'라는 의미로 뱀은 12지의 여섯 번째 동물에 해당된다. 뱀이 서양에서 '악'의 이미지로 비추는 반면 동양에서는 '불사와 재생 그리고 풍요와 다산'으로 상징됐다. 특히 제주에서는 뱀이 '민간 신앙의 대상'으로 강하게 자리 잡았다.그러면서도 '뱀'하면 '용두사미'같은 사지성아로 먼저 연상되는 등 친숙(?)하면서도 뒷맛이 씁쓸하다.
 
#상징적 의미의 뱀
 
우리 역사 속 뱀은 특히 지혜와 부활을 상징한다. 겨울잠을 잘 줄 알고 또 허물을 벗음으로써 스스로 재생을 시도함에 따른 것이다.
 
박혁거세의 신화에서 알이나 새끼를 많이 낳는 뱀은 풍요와 다산을 바라는 상징으로 기록됐으며 설화에서도 다산을 상징하는 뱀을 마주하는 건 어렵지 않다.
 
조선 후기부터 민간에 크게 유행한 당사주책에서 뱀띠는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를 겸비하였다"고 쓰여 있다. 뱀은 다른 십이지 동물에 뒤지지 않는 대접을 받으며, 인간에게 친숙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뱀은 또한 인간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대신의 역할로 입과 몸을 빌려 나타나기도 한다. 은혜를 갚는 선한 존재로 때로는 복수의 화신으로, 소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으로 다양하게 드러난다.
 
#제주 속 '뱀'
 
제주에서는 구좌읍 김녕사굴에 살았던 뱀이 마을에 해를 입히지 않도록 매년 열다섯 살 된 예쁜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큰 굿을 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섬 안에 뱀과 관련한 신앙이 잘 발달되어 왔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으로, 칠성본풀이 또한 그렇다.
 
각종 양식이 들어 있는 장독 중에 하나를 안칠성(고방을 수호하는 신)으로 모시고, 집 뒤에 밧질성(밖칠성)을 모셔 부(富)를 지켜주도록 빌었다.
 
특히 뱀신을 당신으로 삼아 숭배하는 '여드렛당'은 토산리 여드렛당을 비롯해 제주시·조천·구좌·성산·표선·남원·서귀 등 섬 곳곳에서 아직까지 볼 수 있다.
 
제일이 매월 매 8일(8일·18일·28일)인 데서 비롯된 것으로, 치마 속을 따라 다니는 이 뱀신은 모계계승의 형식으로 모셔져 간다는 특징을 지녔다.
 
재앙적인 성격이 강해 잘 모시지 않을 경우 질병을 비롯한 재앙이 내려진다고 믿었다.
 
이처럼 제주에 뱀과 관련한 신앙이 발달한 것은 기후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건의 '제주풍토기'에서도 "풀이 무성하고 습기가 많을 때는 뱀이 규방이나 처마·마루밑·자리 아래 어디에나 기어 들어와 잠잘 때 피하기가 어렵다"고 기록됐다.
 
어찌됐건 섬 사람들에게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의지하고픈 대상이 필요했고 두려움의 대상이자 생활공간을 나눴던 뱀을 '신'적 존재로 토착신앙화해왔다.
 
#길몽 그리고 현실
 
현실에서는 피하고 싶은 존재지만 꿈에서만큼은 반갑다.
 
뱀에게 물려 온 몸에 독이 퍼지는 꿈은 재물이 생길 징조로, 뱀이 칼에 베이는 꿈은 크게 성공하게 된다는 암시로 알려져 있다. 여러 개의 머리가 달린 뱀이 물 속에 있는 꿈은 귀한 보물을 얻게 된다는 의미이며 우물가에서 뱀과 지네가 함께 어울려 노는 꿈은 '태몽'으로 태어날 아이가 사회에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는 징조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사람들은 뱀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를 피한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문화 홍수 속에 뱀의 캐릭터 역시 악을 상징하는 쪽으로 기울거나 동물원 등의 볼거리가 되기도 하고 계사년을 맞아 다양한 아이템이 만들어지는 등 종잡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보신용'이란 이름으로 거래 된다. 만화경 속 인생사와 다를 바 없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