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대학생 인식조사]

올해로 창간 26주년을 맞은 제민일보가 지역내 4개 대학에 재학중인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현재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제주대 교정에서 담소를 나누는 박우균·김재원·백인재·서형주·송진규·양준영 학생(사진 오른쪽부터). 김대생 기자

가장 불행을 느끼는 순간
'인간 관계에서의 외로움'
"여가 즐기는 삶 최우선
경제적 여유는 다음 문제"
의료·법률 등 전문직 선호

'N포세대' '헬조선' '흙수저'…. 최근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신조어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해 가족을 이루는, 당연하다 여겼던 공식이 무너지며 나온 말들이다. '힘들다'는 청춘에게 '의지가 부족하다'는 기성세대의 지적이 더 큰 거리감을 만들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제민일보가 '제주 청년'에게 직접 물어봤다.

△ 행복감과 반비례하는 취업부담

설문은 지난달 20일부터 6일간 제주대·제주국제대·한라대·관광대 등 지역내 4개 대학에 재학 중인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예상대로 청춘을 상징하는 '긍정적 사고'와 취업 등에 대한 현실적 갈등이 엇갈렸다. '일자리 미스매치' 등의 지적들에 있어 기성세대와의 사고차가 분명했다. '단절'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행복도'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 청년의 73%가 '그렇다'고 답했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소속감'과 일치했다. '가족'(20.2%), '친구'(19.2%), '연인'(16.2%)과 함께 있을 때가 그랬다. 성취감 보다는 여유(오락이나 취미활동을 즐길 때·16.2%)에 대한 인식도 강했다.

반대로 '관계'로 인한 상실감도 크게 느꼈다. '불행하다'는 느낌에 대해 19.4%가 '가족·친구·학교·일터 등 인간관계에서의 외로움'을 꼽았다. 이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불행한 사고를 당했을 때'(19.4%)의 감정과 비슷했고 '취업 준비 부족 또는 취업 불투명 등 불안감'(18.4%)에 앞섰다.

이는 학년별 차이와 밀접하게 나타난다.

1학년 응답자의 90.3%가 행복하다고 답한 반면 4학년이나 졸업유예자들의 경우 '절반'(50.0%)만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위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취업·진로 등의 압박과 경쟁 관계로 인한 거리감 등으로 행복도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현재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 또는 불만의 1순위도 '취업 및 진로'(43.0%)였다. 당면한 '학업, 성적'(19.0%)이나 '경제적 문제'(13.0%) 보다는 막연한 미래가 걱정된다는 반응이었다.

이 정도면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높아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청년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충분한 여가시간을 갖고 즐기며 사는 것'(39.0%)을 1순위로 꼽았다. 다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것'(20.0%), '주택, 차량, 생활비 등 경제적 여유'(18.0%) 등의 순이었다. 흔히 지적하는 '비현실적인 취업 기대치'나 '대기업에 비해 낮은 연봉'이 일자리 미스매치의 이유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규모 관광사업체 등을 유치해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현재 일자리 만족도를 높여 '빈 자리'를 줄이는 것이 청년 실업 문제와 도내 중소기업 구인구직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란 결론으로 이어진다.

△ 희망·불안 기준 결국 '진로'

'진로'에 울고 웃으면서도 정작 선택에 있어서는 피상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응답자 중 61%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미래를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자신의 길에 확고한 신념'(46.8%)과 '안정적인 직업이 가능하다'(17.75%)는 점을 들었다. 10명 중 1명 꼴로 '경제적 여유 또는 그에 대한 기대'(9.7%)를 꼽는 등 의존적 성향을 보였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변한 39%의 사정도 녹록치는 않았다. '진로에 대한 막연함'(53.8%)과 '취업 문제'(33.3%)가 짐이 됐다. '주택, 자동차 마련 등 경제적 문제'(10.3%)도 불안 요인으로 들었다.

현실과 기대, 실현가능성에 대한 해석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나뉘었을 뿐 '불확실성'이 청년세대의 가장 큰 고민으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들에도 청년 10명 중 4명은 '의료·법률·금융·연구개발 등 전문직'(41.4%)을 선호했다. 다음으로 '서비스업'(23.2%), '공무원'(15.2%) 등을 꼽았다. 여학생일수록 전문직(44.4%)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고, 3차산업 의존도가 높은 현실은 '서비스업' 희망으로 연결됐다.

취업을 위한 준비로 '외국어 공부'를 가장 많이 했다. '자격증 취득' 등을 제외하고는 '대학원 진학준비'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구체적인 직업이나 목표를 염두에 둔 체계적 접근은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헬조선·흙수저...'불공평'한 현실 부담 호소

빈부격차 등 외부 자극 민감

제주 청년들은 당장 행복하다면서도 '사회 현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 사회 분위기에 대한 막연한 동조와 더불어 도피의식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의 어려움을 지옥에 비유한 '헬조선'과, 계층간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을 빗댄 '흙수저' '금수저' 등의 용어가 유행할 만큼 우리 현실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 대부분인 73%가 '동의한다'라고 대답했다.

이들 논란에 동의하는 이유로는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는 힘든 세상' '부모의 계층'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를 따라갈 수 없다' '사회 불공평' '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금수저를 위한 정치' '청년실업과 낙하산 취업'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부모'와 '정치' '취업 환경' 등에 책임을 지웠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27%는 '우리 스스로를 낮추는 말' '노력하는 자는 분명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 등 확고한 의지를 표현했다.

김신효 한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부정적인 말은 지양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습생부터 시작한 홈런왕 장종훈 선수의 일화처럼 미래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제주청년'취재팀=김봉철·김승지·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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