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세계가 달린다 <6> 독일 캠퍼스 클라렌탈

캠퍼스 클라렌탈의 한 교실에서 학생들이 편안한 자세로 수업하고 있다.

학력위주 부작용 극복하기 위한 대안학교…자연속 공동체적 삶 만끽
원하는 공부 스스로 하며 미래역량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발표 강조

EU를 이끄는 유럽의 강국 독일은 과도한 학습량과 경쟁 등 우리 교육이 겪고 있는 문제를 똑같이 겪으면서 혁신학교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헬레네 랑에' 학교다. 지금은 독일 공교육 혁신의 상징이자 영국의 서머힐·프랑스의 프레네와 더불어 유럽의 3대 대안학교로 불린다. 헬레네 랑에 학교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를 벤치마킹한 학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중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위치한 캠퍼스 클라렌탈을 지난달 8일 찾아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온 과정을 살폈다.

학년구분 없이 함께 수업

캠퍼스 클라렌탈(Campus Klarenthal)은 독일 비스바덴 시에 위치한 종합학교다.

헬레네 랑에의 영향을 받으며 자연 속에서 경쟁보다는 공동체인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과도한 경쟁에 더해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면 인문계나 실업계 진학을 선택해야 하는 딱딱한 제도 등 기존 독일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공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체적인 삶과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시험도 숙제도 없이 공부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며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이 학교를 비롯한 독일 혁신학교들의 목표다.

캠퍼스 클라렌탈은 특히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이 어울리며 주입식 수업보다 공동체적 생활에 집중하는 점이 눈에 띈다. 2007년에 개교한 이 학교는 생후 6개월, 우리나라의 어린이집 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재학 중인 실험적인 학교다.

학교 전체가 공원처럼 조성돼 학교 관계자들은 일명 '가든 스쿨'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숲속을 거닐며 산책을 하고 야외수업이나 캠프 등 자연을 즐기면서 학교생활을 한다.

그중 초등학교 구역의 교실에 들어가니 1~4학년이 함께 수업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교사가 칠판에 적으면서 똑같은 학습주제에 대해 수업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대신 3~4명씩 둘러 앉아 어떤 그룹은 알파벳을, 어떤 그룹은 수학을 하는 등 각자의 학습을 하며, 학생 4명이 교사가 함께 모형을 놓고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3~4학년이 자신보다 어린 학생의 공부를 가르쳐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교사는 그룹을 돌아가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 대화를 하기도 한다. 핵심은 학교에 학생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에게 맞추고 있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캠퍼스 클라렌탈 학생들이 학교 안 풀밭에서 캠프활동을 하고 있다.

자발적 프로젝트·발표 강조

클라렌탈의 교육목적은 '지속 가능한 교육'이다. 무엇을 억지로 가르치기보다 학교생활 속에서 학생들 스스로 몸에 익히도록 한다. 학교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배우는 것이다. 

이 학교는 오전 6시30분 문을 열고 오후 4시15분이면 90분짜리 수업이 4개 블록으로 이뤄진 모든 수업을 마친다. 이후는 자유시간이지만 학교는 항상 열려 있다.
협력을 우선시하면서 공동체인 학교 속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책과 가방 등 모두 학교에 두고 다닌다. 

8학년까지는 성적을 매기지 않는 대신 프레젠테이션을 중요시하는게 특징이다. 특히 기금 마련이나 사회봉사 인턴십, 여행하기 등 기존의 교과수업과는 다른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프로젝트의 절반을 교사가 지도하거나 연습시키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꾸려가는 코스에서는 학생들의 자발성을 엿볼 수 있다.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에 대해 교사와 학생이 대화를 나누면서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한다. 600명가량의 전교생은 매주 월요일 오전이면 함께 모여 일부 그룹의 발표를 듣는다. 

대안학교로 운영하지만 일반학교처럼 대학진학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학업역량도 뛰어나다.

막시밀리안 군(10)은 "오후 4시 에 수업이 마치면 학교 공부방에 남아서 6시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독일에서도 일반 학교는 일방적인 지식전달을 하고 대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만 클라렌탈에는 시험과 숙제가 없다. 학교 수업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철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우베 브레허(Uwe Brecher) 물리·스포츠 교사

캠퍼스 클라렌탈에서 물리·스포츠를 맡고 있는 우베 브레허(Uwe Brecher) 교사는 "캠퍼스 클라렌탈에서는 아이들의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역할이며 거기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의 핵심으로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배우는 것'을 꼽았다. 어떤 숙제도 없고, 무엇이든지 학교 울타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베 브레허 교사는 "독일에서는 18세기 초부터 아이들은 똑같은 나이의 똑같은 그룹 속에서가 아니라, 전체로서 뭔가를 배울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며 "당시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그와 같은 교육이 실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반 독일학교의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책을 가지고 왔다갔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 안에 학생들의 공부방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책을 가지고 집에 가거나 가져올 필요가 없다"며 "교사들 역시 1주일에 40시간이라는 계약을 넘어 하루 종일 여기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를 물어보고 말하게 하는 대화 속에서 자신이 알게 된 것을 나누는 프리젠테이션에 중점을 둔다"며 "아이에 대한 정보는 성적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캠퍼스 클라렌탈은 실험적인 대안학교지만 학생들의 대학 진학 등 진로에도 문제가 없다"며 "학생들이 인생을 설계하는 자발적 자기 설계능력을 길러주는 미래역량을 목표로 한 교육을 통해 대학에도 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