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시대 위기극복 프로젝트] "같이 삽시다"

코로나 이후 집단적 불안과 무기력 도민 갈등, 불통 문제 비화
작은 공동체부터 치유와 소통위한 상향식 회복 프로그램 절실

2020년은 코로나19가 휩쓴 한 해였다. 한순간에 끊기다시피한 관광객과 폐업으로 내몰리는 소상공인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방불케하는 혼란이 도내 곳곳에서 벌어졌다. 도민들의 경제적인 곤란과 심리적인 압박은 집단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2021년, 도민들이 불안을 덜고 건강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찾아본다.

△코로나가 만든 불안 사회문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은 일상에 큰 변화에 기인한다. 경제적 곤란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나 여행할 곳도, 만날 사람도 사라져간다. 코로나19 이후 우울감, 무기력증이 늘어가는 것을 두고 '코로나 우울'이라는 새말도 생겨났다.

코로나19 역시 불안과 두려움 등 정신적 충격을 동반하는 다른 재난 상황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실내에 머무르면서 생기는 답답함과 활동 제약이 계속되면서 느끼는 무기력증,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대한 맹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자신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감염병 관련 뉴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부르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증가시킨다.

지난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국민이 지독한 상실감과 재난에 대한 공포 등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막연한 불안은 없던 갈등을 부추기고 집단을 내부에서부터 금이 가게 한다. 지역만 놓고 봐도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한 제주 제2공항 등 불통 사회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다. 갈등과 대립만 있고 합의와 소통은 없었다. 

△공동체 전통 살린 회복 처방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적 방향성과 어긋나면 폭발력을 갖기 어렵다.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핵심 메시지로 정리해 제시하지 못한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을 파고든 감염 걱정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심리적 제약, 경제적 곤란 등이 쌓이면서 생존의 위협과 집단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는 특히 섬이라는 지리 환경적 특성으로 우울감을 분출할 방법이 제한적인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등으로 바깥활동을 하거나 사람을 만날 기회까지 박탈당했다. 불안이 만들어낸 극도의 심리적 불안정이 지역 경기 회복은 물론 포스트코로나 대책에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진정한 소통은 당사자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구성원 사이에서 해결책을 도출하는데 있다.  도민들이 느끼는 불평등이나 불신, 불안 등 울화통을 달래고 치유하는 것이 안전하고 건강한 제주를 만드는 길이다.

제주에는 어려울수록 빛을 발했던 특유의 공동체 정신이 있고, 힘들 때 손을 내밀어주는 '삼춘'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 사례에 맞는 처방을 통해 재기를 응원하고, 범람하는 정보들 속에서 필요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 리터러시(literacy) 공유로 회복속도를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작은 단위부터 연대해 갈등 해소 

2021년 신축년은 흰소의 해다.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 흰소와 같이 일희일비하지 않는 침착함, 느리지만 견고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위드코로나 시대의 도민 안전과 건강을 담보할 처방전으로 우선 정서적 안정을 유도해 도민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공동체 내부의 연대를 통한 건강과 문화 증진 모델이 시급하다.

공동체의 연대는 지역에서 출발한다. 작은 단위에서부터 새로운 연대 회복을 통해 도민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손발을 맞추고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역을 활력화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관리체계와 정책은 세대와 공동체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들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읍·면·동이나 아파트 주민 모임을 비롯한 소그룹 중심의 비대면 원탁회의 등 소통을 활성화해 지역 스스로 공동사업 등 상향식 회복을 유도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시선이 쏠린 사이 관심 사각지대로 빠져드는 우리 주변의 이웃을 지키기 위한 프로그램과 그들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처방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심리적 불안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의 매듭을 풀어낼 전문가 솔루션과 마을 스스로 문제를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제안한다.

이같은 프로그램들을 모은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 섬 공동체 문화를 부활시키고 무기력증 대신 '할 수 있다' '함께 하자'는 동기를 심어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이를 통해 예민해지는 사회갈등과 집단이기주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연대를 통해 코로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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