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머니 이어 투자조합…선순환 생태계 만든다"
공공 엔젤투자 첫 도입…7억5000만원 투자해 44억원으로
올해 '투자조합' 통한 도민 투자문화 등 생태계 조성 추진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제주를 바꿔나갈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지속가능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뒷받침돼야 일어난다. '제주형 스타트업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가고 있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담을 통해 지난 추진 과정과 올해 전략을 2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전국 첫 공공 '투자' 과감한 도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전정환, 이하 제주센터)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전국 17개 혁신센터 가운데 공공의 예산을 기업에 '지원'하는게 아닌 시드머니로 '직접 투자'하는 독특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기관이 직접 투자를 결정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보육기업에 투자를 해도 되는지에 대한 법률자문부터 시작해 사례 분석, 근거 마련 등 일련의 준비를 거쳐 2018년 4개 기업으로 시작했다. 엔젤투자자의 역할을 공공이 맡은 사례가 제주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전정환 센터장은 "공공예산은 기업을 지원하거나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어서 처음에는 주변에서도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그러나 스타트업 입장에서 단순 지원이나 프로그램 이수보다 '투자를 받은 기업'이라는 메리트가 크고 후속 투자 유치도 유리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추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초기 자본을 직접 투자한 성과는 후속 투자 규모로 나타났다. 특히 단순 지원 방식의 맹점인 '지원 이후' 후속 투자 단절로 대다수 기업의 명맥이 끊기는 문제가 개선된 점이 고무적이었다.
제주센터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7개 스타트업에 시드머니 7억5000만원을 직접 투자해 44억원의 후속 투자를 이끌어냈다. 제주센터의 시드머니 투자기업으로 선정되면 한국벤처투자 엔젤투자매칭펀드를 활용해 최대 2.5배의 후속 투자 유치가 가능하고, 중기부 프리팁스 프로그램으로 최대 1억원, 기술보증기금 연계보증 최대 3억원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공이 먼저 투자를 함으로써 제주도에 투자할 만한 기업이 있다는 인식이 생겼고, 보육기업들이 시드머니 투자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투자설명회 홍보 능력이 제고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전정환 센터장은 "신뢰도를 높이고 도덕적 해이 등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투자심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외부 투자심사역을 벤처캐피탈리스트, 액셀러레이터 등에서 최대한 역량있는 외부인으로 선정해 민간 투자심사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중간단계 부족
제주센터의 시드머니 투자는 '발굴→투자→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스타트업 선순환 생태계의 첫 투자 단계다. 여기서 엔젤 투자가 중요하지만 도내 자원은 부족하다보니 제주센터가 공공성을 가진 엔젤투자자가 되는 방식을 택했다.
전정환 센터장은 "스타트업은 실패할 수도 있지만 성공하면 굉장히 사업이 커질 수 있는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다만 초기에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이 없어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엔젤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타트업은 '문제'를 비즈니스적으로 해결하는데서 시작한다. 농촌에서 방치되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요'나 뿔소라 저가 수출 해결을 위한 '해녀의 부엌' 사례처럼 문제를 해결했을 경우 비슷한 문제를 겪는 지역에서 사업의 성장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이에 따라 엔젤투자에 이어 문제 해결 모델이 나왔을 때 지속적인 운영이나 확장을 위한 다음 단계의 투자가 필요하다. 중간 단계의 투자가 시작되면 사업이 더 확장되고 투자 회수 가능성이 커지면서 추가 투자에 점점 탄력을 받게 된다.
전 센터장은 "제주에서 스타트업 성장단계별로 중요한 지점에 투자 요소가 생겼다. 제주센터가 초기 투자를 하고 있고 제주도에 전략펀드도 있다"며 "하지만 엔젤투자 다음인 중간 단계가 빠져 있다. 제주센터가 3000만원에서 7000만원을 투자하면 중간에 1억~3억원 정도 투자할 수 있는 단계가 가장 아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출범 '투자조합' 기대
제주센터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간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투자자로 올해 출범하는 '개인투자조합'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개인투자조합은 오는 3월 출자 확약서 제출에 이어 7월 결성될 예정이다. 운영사에 해당하는 제주센터가 출자자를 모아 1인당 3000만원 이상 정도 적립한 투자금으로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과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현재 18명 내외가 출자 의향을 밝힌 상태다.
출자자는 주로 제주도민이나 제주출신들로,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제주 미래에 기여하고 싶은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 센터장은 "단순한 기부보다 의미있게 투자하고 싶은 분들을 모시고 있다"며 "투자자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스타트업을 연결해 주변부터 홍보해나가고, 일정 시점에서 투자금을 정산해 자본이 다른 기업으로 재투자될 수 있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사를 제주로 이전하거나 보조금으로 유인하는 방식보다 제주도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진 기업들을 창업·유입시키고 투자하면서 지역자본으로써 제주와 함께 성장시키는 전략이다.
개인투자조합은 투자금 확보 목적 외에 제주지역에 투자문화를 만들기 위한 측면도 있다. 다만 장기적인 안목과 대 도민 홍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주문됐다.
전 센터장은 "투자조합 참여를 통해 재무적 수익 외에도 기업을 함께 키워나가는 보람과 참여를 통한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사업의 의미를 알려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담=고미 편집국장, 정리=김봉철 기자
※ 이 기사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기획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