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문화지구 '문화 메카'로
1. 프롤로그

곶자왈이 공존하는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은 2010년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정체기를 겪어왔다. 제주도는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민일보는 문화지구의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코자 한다. 사진은 저지문화지구 전경. 김용현 기자

서부 지역 '문화 거점' 역할
여러 문제로 정체기 지속돼
도, 5년간 활성화 계획 추진
자생력 키우는 지원책 절실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이 '문화지구'로 지정된지 12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저지 문화지구 내 상주예술인 입주는 저조하고, 넓은 유휴부지 활용방안 미흡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면서 미완의 세월을 보냈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저지 문화지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민일보는 저지문화지구가 제주 전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문화거점 공간으로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내 문화지구 사례와 함께 '저지 문화지구의 역할'의 방향과 시사점을 제시코자 한다.

△서부 문화거점 목표 항해
국내 문화지구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모두 6곳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진흥법에 따르면 문화시설이 밀집하고 유·무형 문화자원 특성이 보존된 지역 등을 법에 따라 문화지구로 지정하고 있다.

2002년 서울 인사동을 시작으로 2004년 서울 대학로, 2009년 파주 헤이리 마을, 2010년 인천 개항장과 저지문화예술인마을, 2018년 서초음악 문화지구가 형성됐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문화지구로 선정된 지역은 제주가 유일하다.

저지 문화지구는 본래 조성돼 있던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이 근간이다.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은 제주시 한경면 일대 마을로, 곶자왈과 저지오름 등을 품고 있어 2012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꼽히기도 했다.

서쪽 지역의 농촌 마을이 예술인마을로 변모하게 된 것은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부터다.

1999년 북제주군이 유휴 군유지를 이용해 경영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사업으로 첫 삽을 떴다. 2001년에는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을 마련할 목적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문화예술 활성화와 문화예술거점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약 10만 평 규모(32만5100㎡)의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와 한경면 저지리 일원이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인 곶자왈을 지니고 있어 자연과 사람, 예술이 어우러지는 문화지구가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의 기조다.

현재 383개 필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4만6344㎡ 면적에 예술인마을을 비롯해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실내영상스튜디오 등 공공 문화공간이 있다.

특히 2019년 개관한 공공수장고는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개념으로 도내 여러 공립·민간 기관으로부터 소장품을 받아 보관·복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예술가의 개인 갤러리, 공방 등 민간시설이 공존하고 있다. 
 
△10년간 이어진 '정체기'
저지 문화예술인마을(문화지구)은 제주 서부 지역 문화거점으로서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 관광 자원화하기 위한 애초 조성 취지와는 달리 정체돼 왔다.

상주예술인의 입주는 저조하고 많은 유휴부지가 남아 있으며 관람객을 끌어들일 콘텐츠 부족 등 여러 측면의 이유에서다.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토지를 분양받은 사람은 비예술인 34명과 예술인 56명을 포함해 모두 90명이다. 토지 분양 계약을 체결한 예술인 56명 가운데 33명이 입주를 완료했고, 8명은 건축 추진 중이다. 나머지 15명의 입주 계획은 불투명한 상태로, 제주도는 입주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자투리 땅도 다수 면적을 차지한다. 전체 면적 가운데 유휴부지는 7만2051㎡다.

공공시설의 운영 주체가 제각각이라 관리하는 등 '일원화'가 어려워 역할에 한계를 보이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지구 내 있는 김창열미술관은 제주도가, 제주현대미술관과 문화예술 공공수장고는 제주도립미술관이, 제주 실내영상스튜디오는 도 산하 제주 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을 맡고 있다.

공공수장고는 완공 3년 만에 포화를 앞뒀다. 최대 수장품 수는 1500점이지만, 현재 수장률은 82%로 1213점을 보관하고 있다.

도로와 녹지 등 기타 부지에 대한 정비가 미흡하고 통일성이 없는 문화지구 내 환경으로 특색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결국 제주도는 지난해 '저지 문화지구 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 올해 용역을 마무리하고 오는 2026년까지 5년 동안 162억4000만원을 투입한 활성화 사업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에 있다.

이 계획은 문화지구 전방위적인 활성화를 비롯해 '중광 미술관(가칭)'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시설 확충계획 등이 주요 골자다.

도는 △유휴공간 및 문화자원 활용 공공적 기능 확대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한 공간 정비 및 확충 △문화자원 연계 협력을 통한 공동체 운영체계 구축 등 4대 부문을 주요 활성화 사업에 올려놨다.

△'자생력' 키우는 기반 있어야
제주도가 지난해 저지 문화지구에 대해 전반적으로 새판 짜기를 시도했다. 저지 문화지구의 활성화 계획이 정상궤도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도민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은 '사람'이 있어야 문화가 꽃피운다. 그래야 '콘텐츠'도 힘을 얻는다.

관(官)이 이끄는 문화예술 활성화 정책은 한계를 마주할 수 밖에 없다. 지원이 끊기면 '자생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문화 인프라 확충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된 만큼 마을 주민과 예술인들이 지속가능한 콘텐츠 등을 정착시키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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