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가치 근거한 조세특례 확대 민관 협력해야"
재산세 등 막대 지방세특례 개정 시급
위성곤 의원 일몰연장·수익인정 추진
목장조합 공동체적·공익적 기능 충분
정부·국회 개정안 설득 근거 마련해야

유수암리공동목장 전경
유수암리공동목장 전경

제주의 오랜 목축문화를 간직한 마을공동목장들이 관광개발 유혹을 뿌리치고 보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막대한 세금폭탄이라는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면서 매각으로 내몰리는 공동목장들의 생존을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재산세 등 감면특례 일몰 위기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마을공동목장은 모두 51곳으로, 면적은 사유지 3770㏊와 국유지 243㏊, 공유지 1049㏊ 등 5062㏊에 이른다. 목장 면적이 1곳당 99.3㏊(약 30만평)에 달하는데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 제90조는 마을회 등이 공동으로 소유하기 위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면제하도록 했지만 해당 특례가 올해 말 종료된다.

해당 조항은 또 마을회 재산으로 수익사업을 할 경우 재산세 등 감면 특례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도내 공동목장 조합들은 "막대한 재산세 부과로 일부 매각을 검토하는 목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라며 "오랜 세월 목축업을 이어온 공동목장의 역사를 고려하면 투기자본과 같은 세금을 매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제히 성토하고 있다.

또한 초지법을 비롯한 강력한 환경규제들로 수익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막대한 세금 부과로 공동목장 유지가 어려워진만큼 세제 감면과 경관직불금 상향 등 대책을 요구해왔다.

#특례기간 2년 연장 등 추진
공동목장들의 요구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이 지난 7월 21일 대표발의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재산세 등 면제 특례기간을 2024년 12월 31일까지로 2년 연장하는 한편 '해당 부동산을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수익사업에 사용하는 경우' 특례에서 제외하는 규정에 '다만 수익사업에 따른 수익금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마을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사용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4년까지 세금이 면제되고 마을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수익사업을 진행중인 공동목장도 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9월 15일 송재호 국회의원(제주시갑) 등 의원 10인이 발의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감면 특례기간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위성곤 의원의 개정안이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지만 다수의 지방세특례제한법이 발의돼 있어 병합심사될 것으로 전망되며, 통상적으로 조세특례는 2년 단위로 연장된다. 

#국회 통과율 저조, 조합형태는 제외
우려되는 부분은 세금을 감면하는 법률 개정안의 통과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의 경우 4년간 수백건의 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가운데 14건만 통과했다. 절반 가량은 가결된 법안과 내용이 겹쳐 폐기됐고, 장기 계류됐던 법안들은 20대 회기 종료 후 폐기 수순을 밟았다.

게다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마을회가 아닌 조합이 소유한 공동목장들은 여전히 특례에서 제외되는 점도 문제다.

제주도의회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동목장 가운데 마을회 소유는 10곳인 반면 공동목장조합 소유는 28곳으로 훨씬 많았다. 축산계(4곳), 영농조합(3곳) 역시 마을회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이다.

전체 공동목장의 80% 가량이 마을회 소유가 아닌 목장조합·축산계로 운영되고 있어 특례 적용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도내 목장조합이 행정시를 상대로 재산세부과처분 등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기각된 바 있다.

당시 목장조합측은 "조합이 마을주민만으로 구성됐고 주민 복리증진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마을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조합원이 되기 위해 일정 자격이 필요하고, 목장조합의 사업이 주민 전체 복지를 위한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지방세특례제한법 특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익적 기능 등 설득근거 시급
도내 공동목장 존립을 위협하는 과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제도 개선을 위한 민관 협력이 시급하다.

우선 행정과 연구기관들은 감세 법안이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제주 공동목장들이 매각 위기에 처한 실태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제주의 공동목장이 가진 전국의 축산업과의 차별성과 환경적 기여 등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근거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위성곤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해 재산세 감면액을 105억원으로 추산했다.

반면 특례조항 일몰로 마을공동목장 매각 사례가 잇따를 경우 전통 목축문화의 단절은 물론 목장조합을 중심으로 지탱해온 중산간 마을의 공동체도 와해될 우려가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1개 공동목장은 69개마을(리)에 7383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공동목장조합 1곳당 145명의 조합원이 속한 마을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육지부의 기업형 목장과 똑같이 적용하기보다 완화할 근거가 된다.

또한 광활한 초지를 통한 경관·생태적 가치, 지하수 함양 등 공동목장을 유지하는데 따른 편익을 면밀히 분석해 제시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위성곤 의원은 "공동목장은 단순한 마을회의 재산이 아닌 오름, 곶자왈 등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고, 수익도 개인이 아닌 마을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감면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을회가 아닌 조합 등의 경우 타 법을 참고해 매각시 납부하는 방안이나 분할 납부 등 다른 대안도 모색하는 중"이라며 "목장의 사회공익적 활동에 대해서도 직불제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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