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 부추기는 제도 개선, 실질적 인센티브 절실"
​​​​​​​소규모 개발 규제, 대규모는 허용
경관보전직불금 등 혜택은 미미
수익보다 비용 커 환경보전 역행
도 지원예산 확대, 공약사업 기대

하도리공동목장
하도리공동목장

제주 마을공동목장들이 막대한 세금과 축산업 쇠퇴, 소규모 개발 규제로 현상 유지에도 벅찬 상황에 이르면서 제주도가 공동목장의 공익적 가치에 기반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지에 대해 경관보전직불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수익 창출 까다로운 규제로 발목
제주 공동목장 유지를 위해 축산물 생산 외에도 초지를 유지하는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까다로운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제주지역 공동목장 51곳을 포함한 도내 초지는 전국 초지 면적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면적이다. 다만 2019년 1만5676㏊에서 2020년 1만5637.5㏊로 한 해 사이 마라도 면적(29.8㏊)을 넘는 38.5㏊가 사라지는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도내 초지 감소는 재산세 등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반면 수익을 창출하기는 매우 어려워 매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지법을 보면 대규모 개발을 허용하는 반면 소규모 개발행위는 막아 도내 공동목장들을 거대 자본에 매각하도록 부추기고 있고,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상 경관보전·지하수보전 지역 등으로 묶여 있어 체험형 관광 등 소규모 시설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수익을 목축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공동목장들에게 부가적인 수익 창출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초지법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규모 개발, 직불금 상향 요구
공동목장 보전을 위해 소규모 개발행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초지의 공익적 가치를 수치로 환산해 지원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공동목장은 방대한 초지면적으로 지하수 보전, 탄소 흡수, 경관자원 등으로 공익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혜택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초지에 대한 지원으로는 경관보전직불제 중 준경관초지가 있다. 경관·준경관 작물 중 이탈리안라이그라스 등 사료작물로 활용이 가능한 작물 및 목초를 재배하면 정부 80%, 제주도가 20%를 부담해 ㏊당 45만원을 준다.

하지만 ㏊당 지원금액이 경관작물 170만원, 준경관작물 100만원에 비해 미미할 뿐만 아니라 2017~2019년 사이 조건불리지역소득보조금을 1회 이상 지급 실적 등 받기도 까다로워 2020년의 경우 1138㏊에 그쳤다. 다년생 목초도 가능해졌다고 하지만 제주 공동목장의 토종 초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토종 목초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면적당 지원금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부와 제주도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초지에 대해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토지는 탄소흡수원 기능 측면에서 1㏊당 매년 0.5t의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도가 직불금 형태의 지원을 추가하거나 향후 탄소배출 거래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 활용 가능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핵심공약인 '생태계서비스지불제'에 공동목장을 포함하는 방안도 제주도의회에서 거론되고 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보호지역이나 생태우수지역의 토지 소유자·점유자 및 관리인이 자연경관 또는 자연자산의 유지·관리 활동을 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 등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로, 오는 26일 열리는 기본계획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시작으로 틀 짜기에 나선다.

현재 전국 31개 지자체에서 습지, 저수지 등을 중심으로 철새 먹이 제공, 계약 경작 등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고, 제주에서는 곶자왈, 오름, 하천 등이 사업대상지로 검토되고 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통해 도가 공동목장조합과 초지 조성관리 및 생태계보전관리활동 등 보전계약을 맺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공동목장들은 유지보수를 위한 제주도의 예산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 축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제주도는 축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축산물 생산과 유통, 초지 관리 등 각종 지원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가운데 마을공동목장 활성화 및 경관보존을 위한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 잡관목 제거, 진드기 구제장, 급수시설, 울타리 정비 및 목책시설 지원에 관한 사업도 포함돼 있다.

반면 제주도의 예산 지원은 수산업이나 양돈산업 등에 대한 지원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마을공동목장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송부홍 금당목장 조합장은 "제주도의 공동목장 지원 예산이 많을 때도 5억원에 불과했고 최근에는 이보다도 떨어졌다"며 "도내 운영중인 공동목장이 42곳 정도인데 턱없이 부족하고, 타 산업 예산에 비해서도 너무 적어 잡목 제거 등 목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조합 사무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고 토로했다.

△초지관리 조례 시도 눈길
규제 위주의 초지법을 보완하고 제주의 독특한 공동목장과 초지를 고려한 조례 제정도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의회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 삼양·봉개동)이 대규모 개발에 의한 초지 잠식을 막겠다는 취지로 (가칭) '제주특별자치도 초지관리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의 구상에 따르면 초지에 대한 대규모 개발행위 전용허가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세부적인 전용허가 심사 기준을 만들고, 초지의 공익적 기능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감안해 목장이나 목초재배농가에 경관직불금과 유사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초지의 경우 산지에 비해 대규모 개발사업 전용허가가 매우 허술하게 운영돼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만들어 무분별한 개발을 막자는 것"이라며 "또한 초지를 소유·관리하는 것으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어떻게 제공할지 모색하고 있다. 조례와 별개로 오영훈 지사의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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