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중요 생태계 중 하나인 습지
관리 사각지대로 훼손…매년 사라져
지정 이외 습지 보전·관리 대책 필요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보물창고)'이자 인체로 비유하면 오염물질을 거르면서 건강한 땅을 유지시키는 '제주의 신장'(콩팥)이다. 이런 이유로 기후변화에 직면한 전 세계가 습지의 기능에 주목하면서 보전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도내 수백여곳의 습지는 람사르 지정 습지를 제외하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생태계 유지의 근간인 도내 습지의 현실을 진단하고, 효율적인 보전방안을 모색한다.
△생태계의 보고 습지 보전 필요성
습지 생태계는 식물을 비롯해 절지동물·양서류·파충류·포유류 등으로 이어지는 먹이 사슬이 촘촘하게 형성돼 있어 다양한 생물종을 유지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습지는 내륙으로부터 유입된 오염물질을 정화할 뿐만 아니라 홍수시 수량을 조절하고, 지하수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기능과 더불어 태풍이나 해일 등으로부터 생활환경을 보호해 준다. 이뿐만 아니라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 지구온난화를 예방하는 등 인간생활은 물론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처럼 생태계 유지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습지는 제주에 320여곳이 있지만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일부 습지만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리 부재 사각지대 놓인 습지
제주도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제주 습지는 모두 320여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가운데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물영아리·물장오리·숨은물벵듸·1100고지 습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습지는 방치돼 오염 또는 훼손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이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거나 사유지 등의 이유로 법적 근거에 포함돼 있지 않아 보전 및 관리 등을 받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수백여 곳의 습지는 현재 관리 부재 및 개발사업 등 여파로 매년 사라져가고 있다.
내륙습지가 아닌 하천습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특별자치도 습지보전 및 관리 조례 제5조(습지보전실천계획의 수립)에 따르면 제주도지사는 법 제5조 제7항에 따라 5년마다 제주특별자치도 습지보전실천계획을 수립해야한다.
하지만 하천습지는 현재 습지보전실천계획에 포함되지 않아 전수조사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있어 현황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독일·미국·호주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환경자원총량에 대한 법제화를 시행하는 등 습지 및 환경보호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습지를 지키기 위한 습지총량제를 실시해 개발자가 개발 등의 이유로 습지를 훼손하면 상실된 습지 면적 1.4배 이상의 대체습지를 동일 지역내 동일한 기능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이에 환경부도 자연자원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훼손되고 있는 습지가 상당수다.
제주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 습지보전조례가 제정된 2017년 이래 도내 습지 등이 실질적으로 보전되지 않고 있는 등 제주도의 실효성있는 습지 보전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주도 습지 관리나서야
제주도내 대다수 습지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습지의 훼손과 오염이 심각한 가운데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도내 습지 5곳의 사례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조천읍 선흘1리에 위치한 동백동산습지는 선흘 곶자왈 안에 약 100여개의 습지가 자연적으로 형성돼 있으며 가장 큰 습지인 '먼물깍'은 마르지 않는 습지로 다양한 수서곤충들과 양서·파충류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제주도는 2015년 동백동산 습지 일대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고 2022년부터 선흘곶 사회적협동조합에 운영·관리를 위탁했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 만든 선흘곶 사회적협동조합은 동백동산 습지의 오염, 훼손 등을 방지하고 방문객들에게 환경교육, 체험활동 등 생태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산책로를 안내하는 최소한의 표식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원형 그대로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또한 산책로 초입을 비롯한 주요 지점에 습지 방문시 주의사항이 담긴 표지판을 설치해 방문객들이 습지를 훼손하거나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다른 람사르습지의 경우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관리를 하거나 도 차원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등 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태계 관련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지정 이외 습지에 대한 체계적인 전수조사 및 보전방안을 수립해 습지 가치를 되살릴 수 있도록 제주도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