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제주한라병원-제주근로자건강센터 공동기획] LOHAS 근로자가 실천하는 건강생활 20. 신장이식

만성 손상시 지속 투석
10여년 전 성탄절 '기적'

성탄절을 며칠 전부터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하늘까지 맑다면 흰 사슴이라도 보일 듯하다. 그리고 우리에겐 익숙한 '기다림'이 있다. 그것은 '선물'이다. 성탄절, 빼빼로데이, 밸런타인데이 그리고 자장면을 사주는 날까지 있다. 이처럼 인간은 선물로 시작해서 선물로 끝을 맺을 수 있는 존재다. 10여 년 전 성탄절에는 새 생명을 선물 받은 두 사람이 있었다.
 
△신장 만성 손상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몸의 장기는 손상을 받을 수 있는데, 급성 손상과 만성 손상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우리 몸의 장기는 어느 정도 스스로 회복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급성 손상의 경우 일부 상처는 남겠지만 기능은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기도 한다. 그러나 만성 손상, 특히 신장의 만성 손상은 자가 회복이 안 되므로 지속적인 혈액투석이 필요하다. 

△신장이식의 기회
10여 년 전 성탄절을 앞두고 두 명의 신장 만성 손상 환자에게 신장 기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젊은 교통사고 희생자가 뇌사 상태가 되면서 가족들은 고인의 평소 소신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기증자의 신장이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문제가 있었다. 젊은 기증자이고 다른 지병이 없기 때문에 급성 손상에 의한 것으로 판단돼 다른 조건이 나쁘지 않다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신장 기증 희망자들을 찾았지만 선뜻 희망하는 사람이 없었다. 자신도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데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의 신장을 이식받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다른 병원 어디에서도 신장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는 불안이 확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기증자의 가족도 아픔을 선물로 승화시키는 어려운 결정을 한 마당에 그 선물을 받아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어서 두 명의 신장 만성 손상 환자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다.

△환자의 용기와 성공적인 이식
장기 수혜자 등록 기간이 비교적 짧아 순위가 낮은 두 명에게 시간의 가치라는 점을 가지고 대화가 이뤄졌다. 아직 우리나라는 기증 장기에 비해 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이식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길다. 신장이식은 투석에 비해 사회활동과 직장생활에 있어 자립하기가 더 용이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사회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는 기반을 만드는 게 환자 자신과 주변을 위해서도 최선이며 좋은 조건의 장기를 기다리며 흘려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다행히 두 환자는 용기를 내 이식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성탄절을 며칠 앞둔 저녁 순차적으로 이식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2인실에 나란히 입원했다. 일단 기증자의 선물이 전달됐다.

하지만 소변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면역억제제 투여와 혈액투석을 하며 막연한 기다림으로 시간은 하루 이틀 흘러갔다. 첫 며칠간 서로 커튼을 치고 있어서 회진 돌 때면 이쪽 커튼 열고 인사하고 닫은 다음 저쪽 커튼을 열고 인사하곤 했는데, 성탄절과 새해를 지나면서 무슨 선물을 주고받았는지 양쪽 다 커튼을 열어 제치고 두 중년 남성이 서로 쳐다보며 힘든 시간과 상황을 같이 보내고 있었다. 두 환자 중 한 명은 사업가인데 까다로운 성격이라 투석실 간호사들을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참전용사인 다른 환자와는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기다림이 초조함으로 바뀌기 시작할 즈음, 수술 후 30일째 참전용사 환자에게서 먼저 소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이라는 시간을 뜸을 들이고 다른 한 사업가 환자도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물
이후 두 사람은 매번 병원 외래에 같이 나타난다. 한 번도 따로 오는 걸 보지 못했다. 기증자도 하늘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더욱 좋아할 듯하다. 신장을 선물했는데 친구가 덤으로 얹어졌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 알 것 같지 않은가?

■정리=고기욱 기자
■도움말=정구용 외과 과장

 

 

 

 

 

 

"직업트라우마 상담으로 이겨내요"

직장 내 발생한 충격적 사건,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이들 중 일상으로의 복귀가 원활한 이도 있지만 상당수는 외상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대부분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를 생각지도 못하고, 필요성을 느낀다고 해도 어디에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혼자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직업트라우마
외부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 외상을 트라우마라고 하며,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나 이에 상응하는 사건이나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후 나타나는 심리적·신체적 반응(공포, 불안, 슬픔, 불면증)을 '직업트라우마'라고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자연재해, 폭력적 사건, 심각한 사고, 가까운 사람의 사망과 같은 극단적인 경험, 그리고 혐오적인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도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다.

직업트라우마 반응은 개인마다 차이는 존재하지만, 원하지 않을 때도 사건에 대한 기억이 불쑥 떠오르고 그 생각에 몰두하게 되거나 그 일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나 대화 또는 장소, 활동들을 피하거나, 집중력·기억력·판단력이 저하되고 선잠 자듯이 자다 깨기를 반복하는 모습 등 예전의 나와는 다른 모습들이 나타날 수 있다.

트라우마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들의 경우, 갑자기 달라진 자기 모습에 많이 혼란스러워 한다. 그러나 잔잔한 호수에 큰 돌이 떨어지면 물결이 일어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 또한 어떠한 충격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면 당연히 심리적인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회복해 가는 과정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트라우마 관리 목적과 방법
직업트라우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본적인 관리의 목적은 △직간접 사고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 △트라우마 이후 심리적 안정의 지속적 관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 △안정화 개입으로 외상 후 성장 △일상 및 직장생활 복귀에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가족이나 친구 또는 친한 동료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또는 트라우마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심리상담사를 통한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 역시 트라우마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주근로자건강센터(제주직업트라우마센터)는 무료로 직업트라우마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문의=제주직업트라우마센터(064-752-8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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