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구 지속 하락…서귀포시 '소멸 위험'
18년간 380조 투입 결과 합계출산율 '0.72'
정부정책 실패 반증…패러다임 전환 절실
공동체 활성화 청년세대 '불안' 해소 제안

수도권 인구 쏠림현상에도 인구 순유입 지역으로 꾸준히 분류됐던 제주도가 지난해 14년만에 '인구 순유출'로 전환하고 고령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방소멸'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초저출생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현상과 원인을 짚고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해결책을 제시한다.

△제주 인구소멸 '경고' 뚜렷

제주지역 인구는 올해 1월 70만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 감소하면서 4월 기준 69만8974명으로 줄었다. 내국인 67만2775명, 외국인 2만6199명을 합한 수치로, 내국인만 놓고 보면 1월부터 3개월만에 1578명이 줄었다.

고령인구의 경우, 제주지역은 이미 2017년 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해말 기준 고령인구 비중은 17.4%다. 통계청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제주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19.0%에 이어 2026년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2015년만 해도 제주지역 출생아 수(5600명)는 사망자 수(3339명)보다 2261명 많았지만, 2021년부터 사망자 수(4229명)가 출생아 수(3728명)를 501명 앞질렀다.

인구유입·유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순유입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1687명 순유출로 전환했다. 특히 2030세대의 순이동 인구가 1767명 감소하면서 청년인구 부족 우려를 키웠다.

결과적으로,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인구소멸지수'를 살펴보면 제주도는 '소멸위험(0.2~0.5명)' 직전단계인 '주의(0.6명)' 단계로 나타난다. 서귀포시는 이미 '소멸 위험(0.4명)' 단계에 들어섰다.

△주거·양육불안 청년세대 '3포' 촉발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비관론이 지난 십수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08~2022년 2030세대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구분별로 살펴보면 △20대 남성 71.9%→41.9% △20대 여성 52.9%→27.5% △30대 남성 69.7%→48.7% △30대 여성 51.5%→31.8% 등 큰 폭으로 감소했다.

청년층이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결혼자금 부족'이었다. 또 3040세대가 생각하는 비혼의 이유는 '경제적 이유'나 '일·가정 양립 어려움'이 우선순위로 꼽혔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Z세대는 비혼 저출산 영향 요인으로 고용·소득부진과 비관적 미래 전망, 무한경쟁 압력 등을 지적했다.

청년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다 경력직 선호로 일자리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은 '뒷전'이 됐다는 의미다.

특히 부의 대물림으로 자산 격차가 확대되고 사회내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주거불안과 양육불안을 키웠다.

제주지역 청년들은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이유(제주도 2022년 청년통계)를 '자유로운 삶 포기 어려움(39.5%)' '결혼자금 부족(23.2%)' '출산, 양육 문제(20.3%)' 등으로 응답했다.

△지역공동체 활성화 돌봄구조 제안

인구소멸·출산율과 관련한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380조를 투자했지만 출생아수는 2012년 48만명에서 2023년 23만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OECD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1.58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2021년 0.81명으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지난해는 0.72명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해 수십조원이 넘는 저출생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생아수 감소 추이를 막지 못한 셈으로, 저출생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종합할 때 새로운 대안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청년세대의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단순 비용절감, 예산확대 등에 매몰된 현 정책에서 벗어나 건강한 공동체 형성을 돕고, 이를 통해 청년세대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약자를 일방적으로 돕는 개념으로서의 돌봄 관계 형성이 아닌, 공동체내 상호 보완적인 차원에서의 돌봄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청년세대의 양육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배려적 돌봄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단순 신체적 불편함을 살피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 '정서적 돌봄' 구조를 형성하자는 구상이다.

출산이 손익계산 위에 머무르지 않고, '인적 관계'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지역공동체 조성 '도민 인식' 관건"

[인터뷰] 김은영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

김은영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제주도는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 TF팀을 통해 MZ세대가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는 이유와 제주를 떠나는 이유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인 청년들은 계속 늘면서 경쟁 압력이 발생했다"며 "고용불안은 소득불안으로 이어진데다, 혼자 벌어 본인이 살 집을 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게 됐다. 둥지가 없는 새가 알을 품지 않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은영 연구위원은 "양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이에게 좋은 주거환경이나 교육환경을 마련해줄 수 없을 바에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불안을 해소할 정책이 필요하다"며 "공공정책 강화는 물론 지역공동체의 활성화가 연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수눌음돌봄 사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운영중인 수눌음돌봄공동체  대비 육아나눔터 수가 적어 적극적인 확충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공동체 돌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도민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며 "인식개선을 위한 사업중 하나로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항 등 시설에서 임산부나 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이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라며 "관광지인 제주에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원, 극장 등과 연계하기도 좋다"고 강조했다.

또 "맞벌이가구 등을 위해 부모 대신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서 진료 내용을 듣고 약을 받아 아이를 지정된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동행지원' 서비스 역시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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