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시도에서 新자치분권 미래를 보다' 10. 주민이 중심인 국가, 스위스를 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세율을 직접 정하고, 국가와 지역의 주요현안을 주민이 직접 발의해 결정한다.
'내손으로 만드는 정치'를 구현하는 국가.
주민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입안되는 국가.
모든 현안의 중심에 주민이 있다.
바로, 스위스다.
'특별자치시도에서 新자치분권 미래를 보다'를 주제로 국내 첫 기획취재를 진행하고 있는 공동취재단(강원도민일보·제민일보·충청투데이·전북도민일보)은 지난 9월 2~6일 스위스를 찾아 스위스 자치분권 현장 등을 취재했다.
스위스는 한때 용병의 삯전으로 국가살림을 보태야 했을 만큼 가난한 산악국가였다.
가난한 산악국가였던 스위스는 어떻게 고도의 정치적 안정을 이루면서 분권과 참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변모했을까.
공동취재단은 그 답을, 주민 중심의 자율적인 사회시스템에서 찾았다.
공동취재단은 스위스 동북부 소재 투르가우주를 방문, 진정한 지방분권과 직접민주주의 현장을 심층취재했다. 또, 투르가우주정부 청사와 바인펠덴 시청사 등을 찾아 자치분권 정책을 입안하고 실현하는 각계 주요인사들을 인터뷰했다.
■주민을 중심에 둔 스위스의 분권형 시스템
"스위스의 전체적인 사회시스템, 분권형 시스템은 선진국가 운영의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공동취재단은 지난 9월 3일 오전, 투르가우주정부 청사에서 마르셀 뢰플레 기업경제과장과 한스루디 위소 경제·노동국 법률담당 과장을 만났다.
'스위스가 자치분권 선진국가가 된 배경'에 대해 질문하자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 같이 답했다.
마르셀 뢰플레 기업경제과장은 "스위스가 자치분권 선진국가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전체적인 사회시스템이 분권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며 "스위스 국민들은 본인이 세금을 낸 지역에서 모든 것을 향유할 수 있다. 분권화된 조세 시스템 자체가 국민들을 부강하게 만드는 원천이 되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자유시장이 조성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주정부가 만들어주면서 자율성이 크게 부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스루디 위소 경제·노동국 법률담당 과장도 "연방-칸톤-게마인데로 구성된 스위스 권력시스템을 통해 각 지역이 스스로 세율을 결정한다"며 "자치단체간 조세 경쟁이 이뤄짐에 따라 조세 발굴에 대한 고민을 깊이있게 할 수 밖에 없다. 이를 통해 재정건전성이 확보되며 주민들은 전폭적으로 자율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4개 특별자치시도의 4개 대표신문으로 구성된 공동취재단에게 이들은 "세금을 거두면, 세금을 거두는 지역에서 입법을 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르셀 뢰플레 기업경제과장은 "우리(스위스)처럼 연방의 고유 사무가 있고, 주와 자치단체의 사무와 임무를 나누면서 동시에 조세에 대한 입법권을 분배해야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창출된다"고 했다. 주민 중심의 자율성을 강조한 맥락이다.
이 같은 설명처럼,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진 국가다.
스위스 국가권력은 보조성의 원칙에 의거해 연방(Eidgenossenschaft)정부와 주(Kanton)정부, 시·군(Gemeinde) 정부 등 3단계로 분산 위임됐다.
분산형 국가권력 시스템을 통해 각 주정부는 자치분권을 실현하고 있었고, 그 중심은 주민이었다. 스위스 인구는 올해 1월 기준, 882만 5386명이다.
스위스 연방헌법에 따르면 스위스는 연방과 칸톤, 게마인데(코뮌)로 구성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연방은 중앙정부, 칸톤은 주(광역시·도), 게마인데는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볼 수 있다.
각 권력시스템에 따라 권한과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면서 자율성이 부여된다.
연방정부는 외교와 국방, 관세 등을 담당하고 산업과 교육, 조세는 연방과 칸톤이 공유하면서 집행권은 칸톤이 갖는 구조다.
또, 게마인데(코뮌)는 칸톤이 정하는 법규 안에서 자치권과 입법권, 조세권을 위임 받아 실질적인 칸톤의 행정사무를 처리하고 있다. 게마인데가 처리할 수 없는 사무는 칸톤이 맡고, 칸톤에서도 할 수 없는 사무를 연방정부가 맡아서 처리하게 되는 등 이 같은 시스템 속에서 권력의 무게추는 아래에서부터 형성된다.
스위스의 칸톤은 20개의 칸톤과 2개로 나누어진 6개의 반쪽짜리 칸톤이 있어 총 26개다. 26개 칸톤이 스위스 연방국가를 구성하고 있다.
이 같은 분권형 구조는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심 줄기다. 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직접민주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구조다.
스위스는 1848년 헌법이래 교육, 도로, 교통, 치안, 세제, 사법 등의 문제를 주민투표로 각 칸톤이 결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율 조정, 유엔 가입 등 국가전체의 문제는 연방정부가 연 3~4회 정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투표로 결정하고 있다.
■우르스 마르틴 재정·복지부 장관·전(前) 투르가우주지사
공동취재단은 지난 9월 3일 오후, 투르가우주정부 청사에서 우르스 마르틴 재정·복지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그는 투르가우주지사를 역임하고, 지난 7월부터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우르스 마르틴 장관은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를 한국의 4개 특별자치시도에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1문1답.
-최근에 실시된 국민투표와 연방-주정부 간 균형 관계는.
"의료 보험 문제 등 국민 건강권과 연관된 현안이 국민투표에 회부, 실시됐다. 국민투표 의제 선정 등 각 현안 처리에 있어서도 (우리의 시스템은) 다양성을 갖는다. 연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4개 정당이 연합 정부 형태를 구성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칸톤 역시 이 같은 다양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요 현안 결정에 있어 유연하고 조화로운 정치가 가능하다. 이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로, 직접민주주의 근간이다. 200년 전만해도 통화가 달랐고, 모든 주가 각각의 군대를 갖고 있어 단일국가 기능 작동에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화가 통일됐고, 연방군대가 창설됐다. 현 지방분권 체제의 기틀이 다져진 것이다. 입법과 관련된 사항은 연방정부가, 의료와 복지 등 실질적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주가 담당한다. 주와 연방이 권한을 나눠가질때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스위스의 재정조정 제도에 대해 소개해달라.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면 조세 기능 자체가 약화될 수 밖에 없어 재정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각 현안이 주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주정부의 경제력 차이가 이를(현안 처리를) 좌우한다. 각 지역 업무는 각 지역 예산으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재정조정 제도를 세분화하면 수평적 재정조정, 수직적 재정조정으로 나뉜다. 수평적 재정조정이란 재정력이 강한 쪽에서 약한 쪽에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수직적 재정조정은 연방정부가, 또는 칸톤이 재정력이 약한 쪽으로 예산을 지원해주는 형태다. 투르가우주 내에서도 재정조정이 이뤄진다. 재정조정에 앞서 조세수입 능력 등 재정력 검증을 먼저 한다. 학교 자치단체 역시 수직·수평 재정조정 제도가 별도 운영된다."
-스위스 정치 시스템에서 4개 특별자치시도가 주목해야할 점은.
"중요한 현안에 대한 모든 결정을 국민들과 각 주(州)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자기 결정권이다. 스위스 정치시스템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은 국민 발의다. 연방 현법을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0만명이 (국민투표를) 상정하면, 외교와 국방,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의무적으로 입법을 해야한다. 연방 헌법은 칸톤에 의해 좌우되지만, 주의 헌법은 연방에 달려있지 않다. 현재,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특별자치시도에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스위스 투르가우주 공동취재단/강원도민일보 박지은·충청투데이 함성곤·전북도민일보 김슬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미니해설
스위스 동북부에 있는 투르가우주는 북쪽은 보덴호에 면하며, 서북쪽은 라인강을 경계로 독일과 국경을 접한다. 투르가우라는 지명은 투르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투르가우주는 1798년 헬베티아 공화국에서 처음으로 주(州가) 됐으며, 1803년 스위스연방의 일원이 됐다. 주도는 프라우엔펠트이며, 주민들은 대부분 독일어를 사용한다. 사과주와 포도주가 유명하다. 인구는 올해 9월 기준, 29만3000여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