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00년의 교정 속으로 <3>대정초

1908년 10월 사립학교 출발

대정초 교문 전경. 개교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상징탑이 눈에 띈다. 김은수 기자
대정초 교문 전경. 개교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상징탑이 눈에 띈다. 김은수 기자

#서부지역 첫 학교...강평국 지사 제주 첫 교편생활

영어교육도시가 위치한 대정읍은 예로부터 학구열이 높은 지역이다.  

조선시대 초 제주 3읍(제주·대정·정의)으로 국립 지방 교육기관인 향교가 설립됐으며, 수도 한양과 가장 먼 지역으로 인식된 탓에 중죄인 유배지로 귀양살이하는 당대 학자나 정치인들에 의한 교육이 이뤄지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와 동계 정온 등 문신들이 대표적이다.

학문에 대한 열망이 높았던 만큼 국운이 기울던 1900년대 초에도 지역민들은 애국정신과 항일 의식을 교육에서 찾고자 했다.

대정초등학교는 일제의 강압으로 국권을 뺏긴 한일합병이 이뤄지기 두 해 전인 1908년 10월 신교육 필요성을 절감한 선각자들에 의해 설립된 '사립 한일(漢一)학교'로 출발했다.

제주에서 제주북초에 이어 두 번째, 서귀포시에서 최초로 설립된 초등학교다. 1세기 동안 1만5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정읍 중산간 마을 안성리에 세워진 이 학교는 1911년 대정공립보통학교로 인가됐고 학생들의 통학 불편 등을 해소하고자 1931년 제주 행정과 경제활동 중심지였던 모슬포로 옮겨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에서 100년을 넘긴 학교들은 일제강점기부터 제주4·3,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의 중심지로 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얽혀있다.

제주 첫 여성 교사이자 항일운동가인 강평국 지사는 1916년 교원으로 임명된 해 대정공립보통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았다. 

강평국 지사와 절친했던 항일운동가 고수선 지사는 대정읍 출신으로 대정공립보통학교를 나왔다.

한국전쟁 발발 중이던 1951년 공군사관학교는 1~4월 대정초에서 사관생도를 양성했다. 사진은 대정국민학교에 이동 주둔한 공군사관학교 모슬포 기지 모습. 김웅철씨 제공
한국전쟁 발발 중이던 1951년 공군사관학교는 1~4월 대정초에서 사관생도를 양성했다. 사진은 대정국민학교에 이동 주둔한 공군사관학교 모슬포 기지 모습. 김웅철씨 제공

#한국전쟁 공군 주둔...학교 운동부 특출

한국전쟁 당시에는 공군사관학교가 임시로 자리를 잡았다. 1951년 1월 서울 함락(1·4후퇴)으로 한국 본토에서 사관생도 훈련이 어려워지자 모슬포로 거처를 옮긴 것이다.

7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군사관학교는 대정초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바다와 가까워 지금의 '생존수영 교육'의 원조 격인 임해훈련은 학생들의 필수 훈련이었다.

1980년대만 해도 최근까지 서림정수장이 자리했던 곳에 있던 노천 수영장에서 학생들은 수영을 배웠다. 해녀들이 사용하는 커다란 수경이나 물안경을 끼고 수영복 또는 일상복 차림으로 교육에 임하는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7년 대정읍 해안가 인근의 노천 수영장에서 임해훈련하고 있는 6학년 학생들의 모습. 대정초 100년사 발췌

서귀포 읍면지역 중 가장 번화한 대정읍은 넓은 시가지 규모와 비옥한 땅 등으로 식수인구가 많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대정초 전교생 수가 1890명에 달했던 시절도 있다.

대정초는 수영과 육상, 태권도 등 종목에서 전국구로 활약하는 학생 선수들을 배출했다. 특히 수영 종목에서 특출한 인재들이 많았다. 1958년 특별활동 연구학교 지정 이후 교육부 체육연구학교 등을 거치며 체육우수학교로 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국체전에서 학생들이 메달을 획득하고 올 때면 카 퍼레이드를 펼치며 온 마을이 함께 기뻐했다. 현재까지도 수영, 축구 등 학교운동부가 건재하다.

한 세기를 건너온 대정초는 제주형 자율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로 마을이 쌓아온 문화와 유적, 생태환경을 바탕으로 한 특색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대정읍 연구에 일평생을 바친 김웅철 대정현역사문·예포럼 이사장은 "대정초는 일제강점기부터 제주4·3,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며 제주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점 교육기관"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도내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최초 항일운동도 대정초"라며 "1927년 어린이날 학생들이 산방산에 모여 만세 행진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밝혔다. 김은수 기자

'대정 토박이' 김웅철씨가 지난날 수집한 대정초 과거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한국전쟁중이던 1951년 열린 가을운동회 모습이다. 김은수 기자
'대정 토박이' 김웅철씨가 지난날 수집한 대정초 과거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한국전쟁중이던 1951년 열린 가을운동회 모습이다. 김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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