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한민국의 건강 '수'(水), 제주삼다수<1>
세종실록 몰래물 치병소 기록
용천수 등 의학적 효과 규명
제주삼다수 탁월한 건강수 입증
물을 이용한 수치료 산업화
의료관광산업의 촉매제 기대

냇길이소는 강정천의 수원으로 사시사철 푸른 물을 간직하고 있다. '폭포' '암벽' '은어' '깨끗하 물' 네가지가 '길상'이라 해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냇길이소는 강정천의 수원으로 사시사철 푸른 물을 간직하고 있다. '폭포' '암벽' '은어' '깨끗하 물' 네가지가 '길상'이라 해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동물과 식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물은 생명력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이처럼 생명의 근원인 물은 입으로 마시는 음용 효과에만 그치지 않는다. 먹는 물을 넘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약'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물이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켰던 사례는 제주도 전역에서 솟구치는 '용천수'에서 찾을 수 있다.

△도민들의 오랜 음용수원, 용천수
용천수는 화산섬 제주에서 강수 후에 땅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지층의 깨진 틈이나 열린 틈을 통해 지표면으로 자연스럽게 솟아나오는 물이다. 제주지역 용천수는 평균 수온이 섭씨 15~17도로 여름철에는 매우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제주도내 용천수의 위치를 보면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862.6m 한라산 정상 부근의 남벽 아래(돈내코 코스)에 있는 방아샘에서부터 해안변에 이르기까지 도내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 제주사람들은 물이 귀한 화산섬에서 생명수를 구하기 위해 대부분 용천수에 의존했다. 

제주도내에 있는 용천수는  도민들이 음용수원으로 가장 널리 사용됐으며, 식수원뿐만 아니라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원 등으로 이용됐다. 그래서  제주의 역사는 용천수와 관련된 삶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곳은 물을 길어 나르는 여성들의 대화의 장으로도 널리 사용되었으며,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제주인의 독특한 물 이용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의 상수도 보급 확대로 제주 지하수자원인 용천수의 중요성도 주민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 그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물산업이 제주광역경제권 선도산업으로 지정된 이래 중앙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등과 어우러져 용천수를 비롯한 제주물의 이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생태체험자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예로부터 치병에 사용됐던 용천수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제주지하수 자원을 이용한 물산업 육성정책의 하나로 지하수자원을 이용해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을 지키는 '수(水) 치료' 산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치료 효과 기록·이야기로 남아
제주용천수의 질병 예방과 치료 등 수치료 효과의 이야기는 도내 곳곳에서 전해진다. 

국내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서귀포시 천제연폭포만 해도 '웃소 먹는물'의 건강 및 치료와 관련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천제연의 가득찬 물은 바로 옆에 위치한 웃소의 동굴 천정에서 나는 용천수가 근원이다. 예로부터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면 아이를 얻는다고 알려져 있다. 백중날과 처서날엔 웃소 먹는물을 맞으면 1만명의 질병이 낫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드러누운 채로 물을 맞았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의 '도와치물'도 건강한 물로 전해진다. 도와치물은 눈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제주시 한림읍 한수리의 '솔펙이물' 용천수도 눈이 아플 때마다 찾아가 맞으면 눈병이 낫다는 치병 이야기가 전해진다.

특히 제주시 도두동 '몰래물'의 치병 효과는 조선시대 세종임금과 관련해 기록한 역사서에 피부병을 치료했던 의료기관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몰래물'은 모래가 많은 바닷가에서 솟아오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조선 초기 제주에 부임한 목사 기건이 몰래물 근처에 치병소를 설치해 환자들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았다고 세종실록에 기록돼 있다. 치병소에서는 한센병을 치료했다고 기록한 점을 미뤄볼 때 몰래물 용천수는 피부병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용천수의 질병 예방 효과와 관련한 이야기도 풍부하다. 대표적으로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의 항파두리 토성 옆에 위치한 '구시물'이다. 구시물의 구시는 나무와 돌로 수로를 파 만든 것을 말하는데, 아래쪽의 논에 물을 댈 때 나무로 만든 구시가 있어 붙여졌다고 한다.

구시물은 이처럼 벼를 생산하는 논농업에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가뭄이 닥쳐도 마르지 않는 고품질의 생수라서 콜레라가 유행할 때도 상귀리 마을에서는 한 사람의 희생자도 없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의 '금둘 애기물' 용천소는 7월 백중날에 물을 맞으면 잔병이 없어졌다고 해서 마을주민들이 자주 이용했다.  

제주삼다수 무라벨 제품
제주삼다수 무라벨 제품

△제주지하수 의학적 효과 규명 
제주 용천수의 질병 예방 등 건강과 관련한 이야기가 설화로만 전해졌지만 최근에는 과학적으로 의학적 성분이 규명되면서 '돈을 버는' 수자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등 학계의 연구 결과 용천수를 포함한 제주지하수에는 당뇨병 치료 효과와 비만의 원인인 콜레스테롤 억제의 바나듐을 비롯해 항산화 역할을 하는 실리카 성분 등의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한 반면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 및 중금속과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건강하고 안전한 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얼핏 전설과도 같았던 제주용천수의 질병 예방 및 치유 효과는 과학적 규명을 거치면서 '물이 아닌 약'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웰빙 및 고령화 현상에 대비해 세계 각국이 수치료를 치유와 휴양의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다양한 수질의 지하수자원과 관광자원, 풍부한 생물·비생물자원을 보유한 제주지역도 제주지하수자원의 우수한 품질을 이용한 수치료산업으로 육성, 의료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획은 제주도개발공사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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