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관광 위기…여행비 지원·규제 완화로 해법 모색

내국인 감소, 소비 위축 이중고
특급호텔 매각 등 숙박업 직격탄
면세업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카지노도 수도권 밀려 한계 봉착
도, 업계 목소리 긍정 검토 입장

▲제주도가 지난달 25일 도청 탐라홀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 주재로 '도내 5성 호텔 및 카지노 업체 대표자와의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달 25일 도청 탐라홀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 주재로 '도내 5성 호텔 및 카지노 업체 대표자와의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갈수록 줄어들고 소비심리도 위축되면서 도내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제주관광의 위기는 해외 관광지 급부상, 공급석 부족 등 외적 요인 외에도 타 지역의 공격적 투자에 따른 상대적 경쟁력 약화, 관광업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제도적 한계 등 내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제주경제의 근간인 관광산업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원'은 늘리고 '규제'는 완화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국인 2년째 감소폭 커져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78만8883명으로 전년동기 314만3384명보다 11.3%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38만684명으로 전년 36만5783명보다 4.1% 소폭 증가한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277만7601명에서 240만8199명으로 13.3% 줄었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에도 1186만1654명으로 전년대비 6.3% 감소한데 이어 2년째 감소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같은 내국인 중심의 제주관광 감소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제주기점 항공노선의 공급석이 지난 1월 기준 243만3000석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0만7000석과 비교해 6.7% 감소했다. 국내선만 보면 220만454석으로 전년대비 20만7912석(8.6%) 감소했다. 국제선은 그나마 공급석이 17% 늘었지만 국내선이 크게 줄어들면서 항공 의존도가 절대적인 제주관광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2010년대 중후반 한달살이 열풍 등 제주의 이미지가 최고조에 달한 후 점차 시들해진데다 지난해 '비계삼겹살' 파동 등으로 관광객들의 신뢰가 하락했고, 경쟁대상인 해외여행은 급속히 활성화되면서 내국인들의 발길을 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전 면치 못하는 숙박·면세점
내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도내 관광호텔과 농어촌민박 등 숙박업계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급격한 매출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도내 3~4성급 호텔들이 매각되고, 제주관광의 상징이었던 제주시내 특급호텔들마저 잇따라 문을 닫거나 매각 물건으로 나오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생활형숙박과 중소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한달살이 등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오피스텔·빌라, 숙박시설이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감정가의 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매각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농어촌에서 운영되는 농어촌민박은 해당 지역에 실거주하는 주민 외의 사업자에게도 운영을 허가하는 법 개정이 추진돼 앞으로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면세점 업계 역시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면세시장이 부진의 늪에 빠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1분기 경제동향에 따르면 도내 면세점 1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매출이 급감하자 도내 지정면세점과 시내면세점이 최근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운영하는 지정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2년 전인 2022년보다 29.6% 줄어든 4636억원을 기록했고, 제주관광공사가 운영중인 중문면세점 역시 2년새 38.6% 줄어든 331억 원으로 해마다 매출이 줄고 있다.

이에 면세업계에서는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에서 면세점 규제를 대폭 완화함에 따라 국내 면세점에서도 판매 품목과 구매 한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도내 카지노업 '내우외환'
면세점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한 축인 카지노업계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며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도내 8개 외국인 카지노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수도권 외국인 카지노 매출의 37% 수준에 불과했다. 제주드림타워 카지노를 제외한 7개 카지노의 매출은 수도권 내 카지노 1곳의 매출보다 낮은 실정이다.

게다가 2023년 말 영종국제도시에 국내 최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인스파이어'가 들어서면서 제주 카지노업계와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스파이어는 1단계에만 2조1000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복합엔터테인먼트 리조트다.

위기에 처한 도내 카지노업계 역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육지부 카지노와 다르게 적용되는 제주관광진흥기금 부과 산정기준 완화를 요구해왔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카지노들은 2017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문모집인의 VIP고객 유치 수수료에 대한 관광진흥기금을 부과받고 있어 육지부 카지노에 비해 불리한 경영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다른 지역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규제 검토 필요성을 언급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제주도 여행 지원, 업계의견 수렴
도내 관광업계가 위기 상황 속에서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이 녹록지 않은만큼 행정의 관광산업 지원과 불합리한 규제 개선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각종 여행 지원과 관광물가 관리 등 '관광대혁신'을 추진하는 한편 관광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 2월 7일 '2025 제1차 관광대혁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선정된 △여행지원 △여행주간 △대도시팝업 △제주형 관광물가 등 4대 핵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사업중 여행지원과 관련해 예산 50억원가량을 투입, 전 국민 대상 여행 지원 정책인 '제주의 선물'을 본격 시행하고 있다. 제주여행주간 이벤트 참여 관광객에게 추첨을 통해 탐나는전, 항공권, 숙박권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비롯해 수학여행 학교별 지원금 상향, 일반단체 인센티브 대상 확대, MICE 해외 참가자 지원금 상향, 뱃길 상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원을 늘렸다.

아울러 지난달 25일 오영훈 도지사 주재로 도내 5성 호텔 및 카지노 업체 대표자와의 간담회를 개최해 관광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을 소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업계는 항공요금 보조, 교통유발 부담금 개선, 카지노업계 불합리한 규제 완화 등을 건의했고, 오영훈 지사는 타 지역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 규제를 재검토하고 콘텐츠 상품 개발, 종사자 정착 지원 등 업계 의견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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